이재명, 병립형 회귀 시사에…당내 반발 확산

"이상적 주장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 병립형 시사
비명계 반발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러울 것"
'현실론'의 친명 "여당이 위성정당 내면 선거 패배"
침묵 이어가는 이재명, 30일 의총서 논의 예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자 당 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비명계는 선거제 퇴행을 퇴보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들도 반대하고 나서 이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일부 친명계는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채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0일 야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있겠냐"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상식과 보편적 국민 정서를 고려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급의 폭주와 과거로의 퇴행을 막을 수 없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막고 있지만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상식이 통하지 않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이나 위성정당을 전제로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사실상 마음이 기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20대 총선까지 시행됐다.

이 대표의 발언에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입장문을 통해 "말 바꾸고 약속 뒤집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거꾸로 갈 작정이냐"며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러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나"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에 나선 이탄희 의원도 지역구 불출마 카드까지 꺼내들었고, 원외인사인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양대 정당이 의석 독과점을 위해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병립형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친명계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전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잘못된 것이었다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여야가 합의해서 가자라는 정신을 살리고 논의해야 한다"며 병립형 논의에 힘을 실었다.

진성준 의원도 "이 대표께서 지난 대선 때 그런 말씀하신 것은 우리 정치의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라며 "아직까지도 다른 한 정당은 '위성정당이라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

내년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이 대표는 다시 침묵 모드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병립형으로 결심하셨나', '연동형 당론 채택 검토는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예방 자리에서도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나 수단이나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선거제 논의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3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절정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2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안 등을 다룰 계획이었으나 다음날로 연기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의총에서 선거제만이 아니라 당내 현안과 국정 현안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단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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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