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 반환이 늦어졌더라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9일 A사가 상고한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반소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상가임대차법 제9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반소원고인 A사는 반소피고 B씨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 2020년 11월1일부터 2021년 10월31일까지 보증금 4200만원, 월 420만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씨는 2020년 7월12일경 A사에 임대차기간을 갱신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했다. 다만 A사는 2021년 8월23일 B씨에게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는 통지를 한 후, 2022년 2월28일경 해당 부동산을 B씨에게 인도했다.
A사는 부동산을 인도한 2022년 2월28일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보고, 그에 따른 차임금을 공제한 378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이 사건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1심에서는 B씨에게 보증금 중 부당이득금을 제외한 360여만원과 지연지급에 따른 이자를 A사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사가 임대차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2022년 2월28일까지 이 사건 부동산을 계속해 점유·사용함으로써 그 사용수익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B씨에게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사에게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부터 부동산을 반환한 때까지 부동산 사용수익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부당이득금이 실제 임대료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새롭게 책정한 월 차입금을 1300여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B씨가 이미 수령한 1386만원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에서 새롭게 산정된 월 차입금의 4개월치 분을 제외한 360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사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에 의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된다"며 "이는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강하게 보호함으로써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이후에 보증금을 반환받기 전에 임차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며 2011년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해지 등으로 종료된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며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원심은 임대차보증금 4200만원을 반환받지 못했음에도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며 "원심 판결 중 반소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