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해법 '워케이션'…모범답안 우뚝선 '질그랭이센터'

양군모 세화마을PD "마을 주민 똘똘 뭉친 결과"

일과 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일+휴식·Work+Vacation)'이 대세다. 상식처럼 여겨진 출퇴근 공식이 깨진 최근의 일상에 찾아온 변화다.

전국에 유행처럼 민간 주도의 워케이션 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그 중에 단연 관심을 끄는 곳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자리잡은 '질그랭이센터'다.



당근 주산지로만 알려진 제주의 작은 마을 해변에 언제부턴가 노트북이 든 작은 가방을 멘 외지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직장인들이다.

직장인들만 찾는 것은 아니다. 지역경제를 살려낸 사례를 연구하고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도 문지방이 닳도록 세화리를 다녀가고 있다.

이른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양군모 세화리사무소 사무장이자 세화마을피디(PD)를 통해 질그랭이센터의 성공 공식을 알게 됐다.

이곳은 2020년 1월에 문을 열었다. 세화리 종합복지타운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증·개축했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이듬해 10월에는 공유 오피스까지 추가됐다.

공유 오피스까지 열었지만 매출은 고작 500만원이었다. 코로나 광풍이 절정이라고 해도 너무 초라한 성과물이었다. 성과는 시련을 견딘 뒤에야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건물 내 카페 '477 플러스'와 숙박시설이 대박이 났다. 이제는 연매출 3억원으로 목표를 늘려잡았다.

일상 회복이 준 선물이다. 거기에 포스트 재택근무의 형태로 떠오른 워케이션의 흐름을 파악한 세화마을협동조합원들의 선견지명 덕분이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초대 조합원 477명은 마을의 생기를 찾고자 뜻을 모았다. 질그랭이센터에 '워케이션' 시설을 갖추고 전국의 직장인들을 기다렸다.

양군모 PD는 성공을 위해 마을주민이 똘똘 뭉친 세화마을협동조합을 성공 요소로 꼽았다. 그는 "마을 사업이 잘 굴러가려면 주민들 협조가 중요하다"면서 "세화마을협동조합은 워케이션센터 건립부터 운영까지 모든 사항을 주민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다"고 말했다.

자기 일처럼 나서는 주민들과 협업이 현재의 질그랭이센터를 만든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민들이)다들 자기 일처럼 적극 나서는 편"이라며 "자연스레 텃세는 사라지고 외지인에게 편안함을 주는 무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편안함은 방문객들의 주머니를 여는 비결로 작용했다. 워케이션을 위해 세화리를 방문한 이들은 평균 4박5일을 머물며 약 50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방문객들의 주머니가 열리자 자연스레 질그랭이센터 밖에서도 활력이 생겼다. 지역상권이 살아나고 덕분에 이주민도 증가하는 추세다. 질그랭이센터가 만들어낸 궁극의 효과다.

양 PD는 "도시민이 퇴근 후 마을에서 먹고 놀고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려고 동네 식당을 소개하는 ‘맛집 엽서’, 가볼 만한 장소를 표시한 ‘슬리퍼존 지도’ 등을 만들었다"고 그간의 노력을 짚었다.

정부도 질그랭이센터의 성공 비결을 주목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9일 질그랭이센터를 찾아 "인구 감소 상황에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워케이션 같은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정주 인구 뿐만 아니라 생활인구 유입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도는 질그랭이센터라는 성공 모델을 토대로 2026년까지 122억원을 투자하는 '글로벌 워케이션 조성과 주민 주도형 워케이션 산업 육성'의 민선 8기 공약과제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마을은 체류인구 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워케이션 빌리지’ 조성도 시도한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2리 등 3개 마을은 '읍면동 지역균형발전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내년부터 성공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