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시 '분할연금' 조정에 합의했지만
개정법 시행이전 이혼에 불승인 처분
법원 "공법상 권리…요건 충족 못 해"
당사자간 합의를 이뤘더라도 군인연금 분할수급권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연금 지급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퇴역연금 분할청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군인 출신인 B씨와 2020년 1월 합의 이혼을 한 A씨는 이혼 당시 조정을 거쳤다. 당시 조항 중에는 '퇴직연금에 대해 향후 절차에 따라 분할지급받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근거해 B씨는 2022년 10월께 국군재정관리단에 연금 분할 지급을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 관리단 측은 퇴역연금 분할지급은 개정 군인연금법 시행 이후 이혼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개정 군인연금법은 제22조부터 26조까지 이혼한 군인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퇴역역금을 분할해 수령할 수 있도록 제도 도입 취지를 명시하고 있다. 또 동법 제23조는 분할연금 지급에 대한 특례 규정을 담고 있는데, 가령 협의 이혼시 재산분할 청구 등에 따라 연금분할이 결정된 경우 등에는 이에 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규정은 개정 법률이 시행되는 2020년 6월 11일 이후 이혼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같은법 3조는 규정했다.
관리단 측의 불승인 처분은 A씨의 경우 법 시행 이전 이혼이 이뤄져 분할수급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반발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혼 당시 조정 조항에 분할지급 청구권을 포함시킨 취지를 생각하면 자신에게 청구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분할연금제도가 가진 성격에 재산권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적 성격이 포함됐음을 짚었다. 이어 분할연금 수급권이 군인연금법상 공법상 권리에 해당하는 만큼, 개인간 재산분할 합의 등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지급이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분할연금 수급권은 군인연금법이 규정한 요건 하에 분할연금 형태로 부여된 공법상의 권리로 요건이 구비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수급권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며 "규정에 따라 2020년 6월 이전 이미 이혼을 한 사람은 재산분할 또는 법원 판결 등과 무관하게 군인연금법에 따른 분할연금 수급권을 갖지 못한다"고 했다.
또 군인연금법 23조에서 이혼 시 재산분할로 연금분할을 별도 결정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그 자체로 별도의 수급요건을 정한 것이 아닌 동법 22조1항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돼 발생한 수급권을 전제로 연금 분할비율 등을 산정하는 방법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재산분할 합의나 법원 재판은 동법 22조1항과 별도로 독립된 분할연금 수급요건이 될 수 없다" 며 "원고 주장과 같이 조정 조항만으로 수급권을 인정한다면 뚜렷한 근거 없이 제도 요건 및 시기를 정한 군인연금법 규정을 잠탈하거나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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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