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회 이사진, 경비업체 고용해 사무실 점거
회장 지지 회원들, 사무실 진입시도하다 몸싸움
폭행·업무방해 고소 난무…"고개 들기 부끄러워"
회장의 직위 해제를 두고 내홍을 빚고 있는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의 문제가 물리적 충돌로 불거졌다.
부상자회 사무실 진입을 막아서는 이사회 측과 회장을 지지하는 회원들 사이 갈등이 몸싸움으로 번졌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업무방해 등 고소장 접수가 난무하고 있다.
26일 광주 서부경찰서와 5·18부상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내 부상자회 사무실 앞에서 부상자회원 등 50여 명이 몸싸움을 벌였다.
이사회 측으로부터 고용된 경비업체 직원들이 황일봉 부상자회장을 지지하는 회원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아서자 서로 뒤엉켜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회원들은 광주시가 진행 중인 5·18민주화운동 피해 8차 보상과 관련한 서류 작성·보완을 위해 사무실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경찰서인 서부경찰서에는 몸싸움에서 비롯된 폭행·업무방해 등 혐의가 적시돼있는 고소장이 수 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회는 특정 회원의 국가보훈부 보조금·기부금 유용 등 비리 의혹에서 비롯된 내홍을 겪고 있다.
해당 회원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발된 것과 동시에 황 회장의 정율성 공원 반대 집회 참여 등 독단적 행동을 지적하는 이사회의 징계 수순이 겹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지난 10월 황 회장을 향한 징계인 직무정지안을 가결했으며, 이에 황 회장이 법원에 해당 소송 본안 판결 전까지 해당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최근 기각됐다.
지난 19일에는 국가보훈부가 '2022년 3월 진행된 부상자회 정기총회가 무효된데 따라 이후 의결된 의제 11건을 원점 검토해야한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사회가 '월권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후 황 회장이 부상자회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일부 회원들을 고발할 방침을 세우자 이사회는 경비업체 직원들을 고용해 비상대책위 참여 회원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아서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부상자회 내부는 어느 한 쪽이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점입가경 모양새다.
전직 부상자회 한 간부는 "사단법인 시절부터 이어져온 고름이 터져나왔다. 부패의 뿌리를 잘라내지 못한 회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43년 전 죽음을 불사하고 독재에 맞선 결의는 사라지고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5·18 유공자로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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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