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원고 일부 승소, 2심서 패소
대법 "사정변경 생겨 지급 거부"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매했지만, 기존 세입자가 갑작스럽게 임대연장을 통보한 경우 잔금지급 의무이행 거절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파트 매수인 A씨가 아파트 주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B씨의 아파트 매매계약 해제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B씨의 현실인도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A씨의 잔금지급 의무 이행거절이 부당하고, 나아가 B씨의 계약 해제 항변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인도의무,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 정한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아파트 매수인 A씨는 B씨와 2021년 1월13일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매매대금 잔금 수령과 동시에 B씨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받기로 했고, 해당 날짜는 2021년 4월22일로 결정했다.
당초 아파트 세입자는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그는 2021년 12월6일까지 아파트를 넘기기로 했다. 다만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만료일인 2021년 10월19일보다 6개월 전인 2021년 4월19일 B씨에게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했던 만큼 2021년 12월6일까지 아파트를 인도받을 수 없다면 B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4월22일 잔금을 준비했지만 B씨가 출석하지 않았고, 4월26일 피고를 상대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반면 B씨는 A씨에게 본인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으로 와서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수령하라고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4월29일 A씨에게 잔금 지급을 독촉했지만, 이를 지급하지 않아 5월10일 매매계약이 해제됐다고 통보했다.
1심에서는 A씨가 B씨에게 1억9000만원을 지급하는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를 A씨가 거주할 수 있는 상태로 실제 인도할 의무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B씨의 의무에 포함된다"며 "A씨는 해당 인도의무를 이행받을 수 있는지가 현저히 불확실한 이상 B씨로부터 그 인도의무의 이행제공을 받을 때까지 반대급부인 잔금지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B씨가 이 사건 아파트의 인도의무를 이행·제공하지 아니한 채 임대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상태 그대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만을 공탁한 것으로는 A씨가 잔금지급의무의 이행지체에 빠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에서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와 B씨 모두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아파트의 인도일 및 매매대금 잔금일 내지는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일을 모두 2021년 4월22일로 정했고, A씨의 잔금지급의무와 B씨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 및 인도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B씨 사이에 A씨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서 B씨와 세입자 사이의 임대차계약을 승계하고, 해당 임대차계약에 따른 점유매개관계를 인수하기로 하는 특별한 약정이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A씨는 잔금지급 의무를 불이행 했고, 이를 이유로 한 B씨의 해제권 행사는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이행이 확실하게 될 때까지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및 민법 제536조 제2항에 따라 B씨의 아파트에 대한 현실인도의무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문언 해석상 쌍방이 B씨의 현실인도의무 이행일을 2021년 12월6일로 하되 임차인에 대한 이 사건 아파트의 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한 간접점유의 이전의무는 그보다 앞서 4월22일 잔금 지급, 소유권 이전등기 의무의 이행과 함께 이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해석은 매매계약의 성격, 쌍방의 동기, 목적, 계약체결 경위,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의 잔금지급 의무 이행거절 또한 정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현실인도 의무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A씨의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정변경은 B씨의 해제권 행사 시까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A씨의 잔금지급 의무의 이행거절이 정당한 것은 아닌지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 결과 A씨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B씨의 해제권 행사에 문제는 없는지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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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