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사업시행인가 전 통과하면 OK
재개발 노후도 요건, 3분의 2→60% 완화
1기신도시 2027년 착공해 2030년 첫 입주
공공주택 공급 14만가구…신규택지 2만호
소형주택 취득세 절반…오피스텔도 발코니
정부가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24년~2027년 사이 정비사업에 착수 가능한 물량이 약 95만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두 번째 개최하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안전진단, 사업시행인가 전 통과하면 OK
이번 대책으로 준공 30년이 지난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조합설립 시기를 조기화해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이 도입된다. 현재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정비구역 입안이 가능한데, 통과 전에도 사업 착수가 가능하도록 하고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개선한다.
노후도가 높은 아파트는 안전진단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안전진단 기준 개선도 병행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서울 중랑구 모아타운 현장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하기를 바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며 "앞으로 사업 착수 요건을 노후성으로 바꾸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업주체 구성도 조기화한다.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조합설립을 신청해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을 병행,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인가가 동시에 처리되도록 허용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3년 정도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서울시 신통기획을 통해 추가 2~3년 단축도 가능하다"며 "통상 재건축 기간보다 많게는 6년, 적게는 5년 단축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노후도 요건, 3분의 2→60%
정부는 재개발 사업 요건도 완화해 노후도가 높은 건물과 신축빌라가 혼재해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우선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현행 3분의 2에서 60%로 완화하고, 노후도가 높은 지역은 접도율이나 밀도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정비구역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유휴지, 복잡한 지분관계로 방치된 자투리 부지도 포함될 수 있도록 구역지정, 동의 요건 등을 개선한다.
◆1기신도시 재정비, 2027년 착공해 2030년 첫 입주 목표
또 정부는 임기 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첫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까지 각 지역별 최소 1곳 이상의 선도지구를 지정하고, 2025년에는 본격적인 정비사업 절차인 특별정비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 5개 지역마다 한 곳 이상씩 지정하고, 전세시장에 큰 영향이 없다면 2~3곳도 지정하는 등 지정 개수에는 큰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법 대상지 중 통합 재건축을 하는 곳의 경우 안전진단 면제,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또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 펀드를 조성하고, 신도시 정비 전용 보증상품을 출시해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공공주택 공급 14만가구로 확대…신규택지 2만호 추가 발굴
정부는 주택 공급 회복을 위해 공공주택 공급량을 당초 12만5000가구에서 14만가구로 확대한다.
먼저 LH 등의 미매각 토지 및 민간 매각 토지 중 반환 용지를 공공주택 용지로 전환해 공공주택을 5000가구 이상 추가 공급한다.
또 민간참여 확대를 위해 올 상반기 중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으로 민간 단독 사업시행 근거를 마련한 뒤 하반기부터 민간시행 공공주택을 본격 시행하고, 올해 이후 LH에서 착공예정인 물량 일부를 민간시행으로 전환한다.
그린벨트 해제 및 유휴부지 활용 등을 통해 올해 신규택지 2만가구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가 발굴한다. 여기에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용적률을 높이고 자족용지 비율을 줄이는 등 토지이용 효율화로 올해부터 3만가구 이상의 물량을 더 확충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소형주택 취득세 절반 깎아주고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
정부는 소형주택 활성화를 위해 향후 2년간 준공되는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 소형 주택에 대해 취득세 절반을 깎아주기로 했다.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되는 신축 소형 주택(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제외)에 대한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할 방침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취득 당시에는 상업용과 주거용 구분이 어려워 원시취득세 지원은 빠졌다"고 설명했다.
또 수요진작을 위해 개인에게는 앞으로 2년간 준공된 소형 신축 주택(60㎡ 이하, 수도권 6억·지방 3억 이하, 아파트 제외)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수 제외 혜택을 준다. 등록임대는 소형 기축 주택을 구입·임대등록(매입임대)하면 세제 산정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2020년 8월 폐지된 단기 등록임대도 도입된다. 임대의무기간 및 대상, 세제 혜택 등은 합리적 수준으로 부여할 계획이다. 또 임대사업자 보증 가입 시 애로가 있었던 주택가격 산정방식을 개선해 시세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도시·건축규제도 푼다. 그동안 오피스텔에는 발코니 설치가 금지됐으나 이를 허용해 쾌적한 주거여건을 갖춘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한다. 다만 확장할 수는 없다. 확장 여부는 향후 발코니 설치 추이 등을 보며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300세대 미만이라는 세대 후 제한을 폐지한다. 다양한 주거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방 설치 제한도 없앤다. 주차장은 도생 내 공유차량 주차면수 설치 시 기준을 완화한다. 공유차량 주차면수 1대당 일반 주차면수 3.5대를 적용한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사면 주택 수 제외
정부는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된 악성 미분양 주택(85㎡, 6억원 이하)을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 해당 주택은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빼주기로 했다. 기존 1주택자가 최초 구입할 때 1세대 1주택 특례(법 개정 후 1년 내 미분양을 최초 구입하는 경우)도 적용된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가액·지역은 추후 발표)를 신규로 취득할 경우에도 1주택자로 간주한다.
준공 후 미분양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주택 건설사업자의 원시취득세도 1년 한시로 최대 50% 감면된다. 취득가액 3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의 미분양 주택으로, 올해 12월까지 2년 이상의 임대계약을 체결한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미분양 추이를 보면서 분양가 할인 등 건설업계의 자구노력과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악성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공매 낙찰 전 협의매수로 사들인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해 경공매 낙찰매입 전에 피해주택을 감정가에 협의매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러한 협의매수는 피해 주택 중 임차인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경우부터 우선적으로 시행되며, 채권자가 다수인 경우 채권자간 채권 조정 협의를 거쳐 감정가 이내로 부채 총액을 조정한 후 매입한다.
다만 복잡한 권리 관계로 인해 협의매수가 곤란한 경우 기존 대책대로 우선 매수권을 활용해 낙찰받을 수 있도록 경공매 대행 및 저리금융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협의매수나 우선매수권 활용이 모두 곤란한 경우 LH가 집주인과 먼저 계약을 맺고 임차인에게 다시 이를 임차하는 전세임대 지원을 신설, ▲매입임대 ▲전세임대 ▲대체 공공임대 등 3단계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공인중개사의 전세사기 손해배상 책임 실효성 강화를 위해 공제한도를 확대하고 소송없이도 임대차분쟁조정위를 거쳐 지급이 가능하게끔 절차를 간소화한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