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용도 불법 변경' 공무원 2명 2심서 희비 갈려

자가용→영업용 용도 변경
소유주 개인 정보도 유출
시효 판단 달라져 일부 면소
1심 무죄 공무원은 집행유예

업자의 부탁을 받고 건설기계의 용도를 불법으로 바꿔주거나 소유주 개인정보를 유출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항소심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직무유기 범행의 공소시효 만료가 인정된 공무원은 일부 감형을 받았지만, 당초 무죄가 내려졌던 후임 공무원은 원심과 달리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제4형사부(항소부·재판장 정영하 부장판사)는 직무유기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집행을 2년간 유예받은 순천시공무원 A(54)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1심에서 무죄가 인정된 또 다른 공무원 B(60)씨에 대해서도 징역 6개월의 집행을 2년간 유예했다.

건설기계 매매업자 2명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 징역 10개월~1년2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공무원인 A·B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차례로 매매업자들의 부탁을 받고 영업권 근거 없이 자가용 건설기계를 영업용으로 용도 변경해주고, 건설기계 소유주 개인정보가 담긴 등록부를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건설기계 매매업자들은 건설기계 수급조절 정책에 따라 가격이 치솟은 영업용 건설 기계의 등록번호판을 사들여 되팔 목적으로 공무원들에게 용도변경·기계등록원부 제공 등을 부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2009년부터 수급 조절 대상 3개 기종(덤프트럭, 콘크리트 믹서트럭·펌프)에 대해 영업용 신규 등록을 제한했다.

직권 말소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건설기계를 신규 등록 또는 자가용 건설기계의 영업용 용도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건설기계 대여 시장 안정화를 꾀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건설기계 수급 조절 정책의 적용을 받는 건설 기계의 영업용 등록번호판은 차종에 따라 1대당 1000~2000만 원의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이에 건설기계 매매업자들은 A·B씨를 통해 확보한 영업용 등록번호판을 비싸게 팔아 거래 차익을 남기고자 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시 교통행정과에서 건설기계 등록 업무를 맡으면서 건설기계의 용도를 근거 없이 변경하는 직무유기 범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일부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원심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봤다.

A씨의 보직이 바뀐 2017년 1월 2일부터 직무유기죄의 공소시효(5년)가 시작된 것으로 봤을 때 공소 시점인 2022년 5월엔 이미 시효가 완성된 만큼, A씨와 매매업자들의 해당 기간(2016년 2월~7월) 중 범행은 면소 판결을 내렸다.

A씨에 이어 건설기계 등록 업무를 맡은 B씨가 1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데 대해서도 2심은 판단을 달리 했다.

재판부는 "B씨는 말소 확인서 또는 건설기계 등록원부가 첨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어야 했고 해당 영업권이 말소 시점 등을 확인한 뒤 이전등록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며 "영업용 번호 부정 발급 범행이 B씨의 업무 미숙 또는 불찰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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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