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공소사실 인정…범행동기 다툼 여지 있다" 주장

변호인 "순수한 정치적 명분에 범행…현재 뉘우치는 중"
김씨, 변명문 공개 원하지만 변호인은 공개 거부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기소된 김모(66)씨가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살인미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김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살인미수방조 등)로 기소된 A(75)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준비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하지만 김씨는 연한 녹색 수의를 입은 채 검은색 안경과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출석했다.

두 피고인 모두 국민참여재판은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부가 공소사실에 대해 의견을 묻자 김씨 측은 "범행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자백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범행배경에 대해서는 일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아직 기록을 다 검토하지 못해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A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다음달 15일로 지정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씨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PK 변준석 변호사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변 변호사는 "피고인의 의사에 의해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이 아니다. 검찰에 송치되기 며칠 전 피고인의 가족분들이 원하셔서 선임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부인하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자포자기 심정과 영웅심리에 기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공소사실에 기재돼 있지만, 김씨는 본인의 순수한 정치적인 명분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범행 동기가 담긴 변명문(남기는 말)을 공개하길 원하고 있지만, 변호인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변호사는 "김씨는 변명문 공개를 원하고 있다. 본인의 정치적인 명분을 외부에 알리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면서 "피고인의 변호인이긴 하지만 피고인 가족들의 변호인이기도 하다. 변명문이 공개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 발생 이후 피고인 가족들의 주거지나 회사에 어떤 기관과 단체에서 찾아와서 많이 힘들어 하신다. 변명문이 공개될 경우 또 다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변명문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김씨가 본인이 한 행동에 대해 현재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언급한 '남기는 말'은 자신의 범행 동기 등이 담긴 '변명문'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변명문의 실체는 지난 4일 김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이 '이 대표를 왜 찔렀나'라고 묻자 "8쪽짜리 변명문을 경찰에게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변명문이 '남기는 말'이라는 제목으로 된 글이며 경찰에게 제출한 것이 아닌 범행 당시 김씨의 외투에서 압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작성한 변명문에는 "사법부 내 종북 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지연돼 이 대표를 단죄하지 못하고 곧 있을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하면 좌경화된 세력들에게 국회가 넘어간다"며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좌파세력들에게 넘어가게 되니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 이러한 자신의 의지를 알려 자유인들의 구국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김씨의 변명문은 총 7446자로 구성됐다. 문장 전개가 이해하기 어렵게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과 검찰은 종합수사브리핑에서 변명문 전문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김씨는 지난 1월 2일 오전 10시29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이 대표의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5~12월 김씨로부터 전달받은 '남기는 말' 메모를 언론 매체 등에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범행 당일 메모가 담긴 우편 봉투 2부를 김씨의 가족 등에게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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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