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재판부 "조서 기재 착오…고지 늦은 점 인정"
"피고인 진술거부권 고지 안돼"…일부 혐의 부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ㅎㄱㅎ' 단체 핵심 조직원 3명이 법정에서 재판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며 준비기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홍은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현우(49)·강은주(54)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고창건(54)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구속기소됐던 박 전 위원장과 고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보석된 바 있다.
최근 법관 인사로 재판장이 교체됨에 따라 이날 공판에서는 그간 공판 내용을 정리하는 갱신 절차가 진행됐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날 "전임 재판장이 작성한 첫 공판(1월29일) 조서 자체가 허위 공문서"라며 "당시 공판 녹음 내용을 보면 진술거부권 없이 바로 피고인 신분 확인이 진행됐다"고 항의했다.
이어 "4차례 공판준비기일(지난해 4월24일~6월19일)동안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에 대한 결정만 났고 공소장 변경, 쟁점 정리, 증거 신청 등 실질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어 공판 조서 이의변경을 비롯해 절차를 새롭게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선 이미 입증 취지를 추가 기재한 의견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증거 동의 절차는 충분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공판기일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시 준비기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반대했다.
재판부는 1차 공판 당시 피고인에 대한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서 기재 순서에 약간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위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만 진술거부권 고지 없이 인정 심문(기소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일)이 시작됐고, 변호인의 이의 제기 후 고지됐다는건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찰 측에 다음 공판까지 증거 목록과 입증 취지, 각 증거에 맞는 증인을 상세히 기재해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토대로 공판 준비기일을 열지, 이대로 공판을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이날 일부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강 전 위원장의 경우 반국가단체 지령을 받거나 목적 수행을 위해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입국했다는 검찰 주장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외국계 클라우드를 통해 반국가 단체에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필수적으로 통신이 수반돼는 행위인데 이를 국가보안법 회합·통신 혐의까지 적용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3차 공판은 4월 중 열릴 예정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9월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는 이적단체인 'ㅎㄱㅎ'를 결성해 국가안보 위해 조직을 만든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ㅎㄱㅎ'가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주요 혐의만 12개에 이른다.
'ㅎㄱㅎ' 총책으로 지목된 강 전 위원장은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 3명과 접선해 지령과 간첩 통신교육 및 장비를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령 수행을 위해 국내 입국한 혐의(특수잠입·탈출, 회합)를 받는다.
이들은 '사이버 드보크(외국 이메일 계정을 통해 교신하는 방식)'로 문화교류국과 통신했으며,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 문건 13개와 북한에 전달한 보고서 14개를 확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ㅎㄱㅎ' 노동 부문, 고 사무총장은 'ㅎㄱㅎ' 농민 부문 책임자로 구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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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