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60년 만에 금녀 벽 허문지 9년인데
3월8일 국제 '여성의 날' 지정 116년 째
'남초' 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설립 60여 년 만에 '금녀(禁女)'의 벽을 처음 허물었지만, 그로부터 9년이 지나도록 유리천장이 깨지진 않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지정된 지 40여년이 된 올해에도 산업부 내부에서 변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고위공무원까지 승진한 여성은 여전히 소수다.
7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본부의 국·실장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은 총 50명으로, 이중 여성은 3명(6.0%)으로 집계됐다.
산업부에 여성 고위공무원이 처음 탄생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그 해 3월 말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통상교섭실 자유무역협정교섭관으로 선임됐는데, 이는 1948년 상공부로 설립된 이후 67년 만이다.
산업부는 기술고시 출신도 많은 만큼 과거 대표적인 남초 부처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공직 사회 자체에 여성이 많아지는 추세인 데다, 지난 2013년 통상 기능이 산업부로 넘어온 뒤로 여성 지원자가 더욱 늘어나면서 성비 불균형이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오는 8일은 여성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유엔(UN)에서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한 지 만 47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산업부 내부도 조금씩 변화해왔다. 양성평등의 취지로 내부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여성 쿼터를 만들어 승진심사를 진행하는 등 여성을 우대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장급 이상까지 여성 다수가 올라가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하기 직전인 과장급인 여성은 지난 2015년 6명에서 지난달 말 기준 올해 13명까지 늘어났다. 전체 인원수를 고려한 비율로도 8.0%에서 15.5%로, 2배 불어났지만 여전히 10%대로 저조한 편이다.
그 이상으로 올라서는 것은 더 힘든 상황이다. 유명희 당시 통섭교섭실장과 주소령 전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이 겹쳤던 지난 2018년을 제외하고, 지난 2020년까지 그동안 여성 고위공무원은 매년 1명이었다.
지난 2021년부터 2명으로 늘어났다. 제경희 당시 소재부품장비총괄과장이 무역안보정책관으로 승진하면서 2명이 됐다. 이듬해 권혜진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이 자유무역협정교섭관으로 승진했지만, 주 전 국장이 산업부를 떠나면서 다시 2명이 됐다.
지난해 나성화 중견기업정책과장이 원스톱수출 수주지원단 부단장을 맡으면서 여성 고공단 인원은 올해 3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현재 권 국장은 일본에 교육차, 나 부단장은 기재부에 각각 파견 중이다. 사실상 현재 산업부 본부에 몸 담고 있는 여성 고위공무원은 제 국장 한 명 뿐이다.
한 산업부 소속 여성 서기관 공무원은 "점차 산업부 내에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로 팀장급에 몰려있는 등 승진 적체가 심한 것 같다"며 "여성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승진하는 여성 선배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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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