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한전KDN·한전KPS 14년만 감사서 적발
한국전력공사 계열사인 한전KDN과 한전KPS의 방만 경영 행태가 대거 적발됐다.
한전KDN은 발주자인 한전의 승인 없이 상한을 초과해 하도급하고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입찰 담합해왔다. 당초 공고와 달리 이전 지역 인재 채용목표제도 운영하지 않았다.
한전KPS도 하도급 관리가 엉망이었고 정부 지침을 어겨가며 업무와 무관한 휴가나 예산을 쓰는 직원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의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이뤄진 두 기관의 감사에서는 총 15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KDN은 2021~2022년 한전으로부터 총 572억원 규모의 사업 4건을 수주한 후 이를 9건으로 나눠 7개 업체에 하도급하면서 한전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이 중 3건은 상한(50%)을 초과해 불법 하도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는 방법으로 입찰 담합해 한전 발주 공사를 수주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전KDN 소속 부장 A씨는 2022년 9월 한전이 발주한 '비정형 데이터 스토리지 자재' 입찰에 한전KDN이 단독 응찰해 유찰되는 막기 위해 B사의 부장 C씨와 짜고 B사를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시켰다. B사는 투찰금액도 한전KDN이 적어낸 9억6000만원보다 높은 9억9000만원으로 써 냈다. C씨는 A씨의 부탁을 들어주면 영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수락했다고 진술했다.
한전KDN은 또 2021년 12월 한전과 22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한 후 사업 능력이 없는 D사를 입찰에 단독 응찰시켜 낙찰했고 실제 과업은 E사 등 또 다른 업체 3곳에게 수행하도록 했다. 알고 보니 한전KDN에 납품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사정하는 D사 대표를 딱하게 여긴 부장 A씨가 업체 간 합의를 주도했던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입찰 담합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한전KDN은 2020년 9월 전형 단계별로 이전지역인재 채용목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내고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22명이 후속전형 단계에 응시할 기회를 잃었고 1명은 최종 불합격을 당했다.
감사원은 한전KDN에 입찰 업무를 부당 처리한 A씨에 대해 정직을 요구했다. 한전에는 계열사에 대한 하도급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는 한전KDN에 대한 과징금 부과 조치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한전KPS는 기술능력 평가를 거쳐 미리 등록된 외부 협력회사에 고급기술이 필요 없는 정비 지원과 용접 등 단순업무를 수의계약 또는 제한경쟁방식으로 하도급 해왔다. 그러나 협력회사가 수행하는 단순업무에 필요한 것보다 높은 수준의 많은 기술인력을 확보해야 등록이 가능하도록 평가기준을 운용했다.
감사원의 표본점검 결과, 등록 업체가 실제로 기술인력을 투입한 공사는 14%(금액 기준)에 불과하고, 업체가 등록 신청 당시 보유했던 기술인력 중 24%는 1년 내에 퇴사해 등록을 위해 인력을 일시 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초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KDN는 또 임직원이 출장 중 자택에서 숙박한 경우에도 숙박비를 지급하도록 자체 여비규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출장 중 자택 숙박 시에는 숙박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정부 지침에 반한다.
노동조합 간부가 노조 자체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이를 회사 예산으로 정산 처리하는데도 이에 대한 감독은 소홀히 했다.
게다가 직원이 회사가 회원권을 보유한 콘도를 이용한 경우 유급 특별휴가를 부여하고, 휴양 목적으로 자체 교육시설을 이용하는데도 교육한 것으로 근태 처리를 해왔다. 소속 직원 2명은 변조한 증빙서류를 제출해 '게스트하우스 이용 지원금' 명목으로 22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감사원은 한전KPS에 협력회사 등록을 위한 평가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도록 통보했다. 직원 근태 관리와 예산 처리도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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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