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유족회 등 단체 입주한 5·18기념문화센터
입주 단체 사무실 빗물 새자 임시 방편…"리모델링 방침"
"이것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작품인가요?"
5·18 관련 단체들이 상주하고 있는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센터) 보수 공사가 예산 마련 문제에 부딪히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 임시 방편으로 깔아둔 방수 목적 비닐과 이를 고정하는 모래주머니가 방문객들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를 안고 있는 상황에 일부 방문객들이 이를 5·18 기념물로 오해하는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17일 센터 등에 따르면 5·18 관련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입주한 사무실의 옥상에 해당하는 공간에 수십여 ㎡ 규모 비닐이 깔려있다.
깔린 비닐 위에는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용도의 주황색 모래주머니 수십여 개도 바둑판처럼 놓였다. 투명한 비닐 안쪽으로는 옥상 마감재인 타일이 보이지만 대체로 들뜨다 못해 부서진 모습이다.
비닐과 모래주머니는 시설 노후화로 인한 마감재 파손 등 문제로 입주 단체 사무실에 빗물이 새는 등 문제가 심해지자 지난 2022년 말 센터 측이 임시로 설치한 것이다.
당시 날이 풀린 뒤 곧장 보수 작업에 나설 것으로 여겨졌으나 예산 마련 문제에 부딪히면서 수년 째 그대로 있다.
보수 작업 비용으로만 2억 2000여 만 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그간 광주시의 예산과 추경 편성 과정에서 모두 삭감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의 경우 정부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관련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점도 비닐을 걷어내지 못하는 속사정에 한 몫 한다.
입주 단체들은 땜질식 처방 장기화를 우려하는 동시에 비닐이 깔린 공간이 일반인이 오갈 수 있는 통행로라는 점에서 안전사고도 우려한다. 비닐이 깔린 공간은 센터 제1주차장과 대공연장 출입구, 주변 5·18기념공원 산책로와 직접 연결되는 통행로면서다.
나아가 5·18 관련 학습을 위해 5·18기념재단을 찾는 방문객들이 정렬된 모래주머니들을 보며 5·18 추모 작품으로 오해하는 오해하는 촌극도 빚어진다고 설명한다.
5·18부상자회 전 간부는 "비만 오면 사무실 천장으로 물이 샜다. 광주시에 수어번 보수 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참다 못한 이전 집행부가 사무실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라며 "단체 차원 새 사무실 물색도 문제지만 언제까지지고 땜질식 보수만 해선 안 될 노릇"이라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한 직원도 "비가 와서 비닐 위로 물이 고이거나 눈이 와서 비닐 위에 쌓일 경우 이곳을 오가는 방문객들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매년 5월을 맞아 광주를 찾는 외국인들은 모래주머니들을 보고 '5·18 기념 작품이냐'고 번번이 물어보기까지 한다"며 "미관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도 하루빨리 정비되길 바란다"고 했다.
센터 측은 해당 구간 보수 작업을 넘어선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말 편성된 광주시 올해 예산 내역에서도 센터 보수 작업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이번 추경에도 재차 안건은 올렸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해당 구간 보수 정비에 국한될 경우 예산 집행이 어려울 것 같아 현재 노후화된 센터의 전반적인 내부 리모델링 계획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모델링 범위는 대공연장과 대동홀, 입주 단체 사무실을 모두 아우를 것"이라며 "예산이 편성된다면 연내 곧장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1996년 11월 현재 부지에 설치돼있던 상무대가 장성으로 이전한 이후 진행된 5·18기념공원 조성 사업에서 2001년 준공,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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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