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된 행정법원장 "신뢰 회복"…재판지연 해소 의지

장기미제사건 중 고분쟁성 사건 담당
서울행정법원장 "개인적으로 큰 기쁨"
"적체 해소로 국민의 신뢰 회복할 것"
변론 때 날카로운 지적…노련하게 지휘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선언한 법원장 장기미제 재판부의 재판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됐다.

법원장은 미소를 띤 채 소송대리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변론이 진행되자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노련하게 소송을 지휘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법원장 김국현)는 18일 타 재판부에서 재배당받은 장기미제사건 중 14건에 대한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 각급 법원에 신설된 법원장 재판부 중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하는 첫 사례다.

법복을 입은 김 법원장은 오후 2시께 배석판사들과 함께 법정에 들어선 뒤 재판장석에 앉았다. 그는 본격 변론에 앞서 재판을 맡은 소감을 간략히 말했다.

김 법원장은 "법원장으로서 재판하는 개인적인 소감은 영광이고 좋다"며 "사법행정, 법원장으로서 역할도 크지만 같이 재판하는 판사님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데 개인적인 큰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당면하는 현실에서 일부 사건이라도 같이 처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고, 적체되어 있는 사건 일부를 담당하고 처리함으로써 (사법부가 재판 지연 해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재판장으로서 사건에서 성심껏 재판하고, 우리 사법이 처한 현실과 위기(에서 벗어나)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다른 재판장과 호흡하면서 좋은 재판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법원장은 소송대리인들을 향해 "낯이 익은데 뵌 적 있지 않느냐", "김 변호사님 오랜만이다"라고 말하며 경직된 법정 분위기를 자연스레 밝게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본격 변론이 진행되자 소송대리인들이 준비한 서류를 한 장씩 넘겨보며 미흡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거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양측에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또 정부 기관을 상대로 낸 한 재판에선 정부 측 대리인이 "유불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하자 "국가가 무슨 유불리를 따지느냐, 피고가 대한민국인데 유불리를 따지면 안 된다"고 말하며 꾸짖기도 했다.


이날 법원장 재판부가 진행하는 사건으로는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었다.

해당 사건은 관련 형사사건의 결과를 보기 위해 변론기일이 지정되지 않았는데, 최근 대법원판결이 내려진 이후 법원장 재판부로 재배당돼 변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법원장은 양측 대리인에게 소송 진행 상황 물으며 변론을 이끌었다. 그는 재판 말미 "형사는 형사대로 저희는 저희 재판대로 진행하겠다"고 고지했는데, 이 같은 발언은 형사사건 결과를 보기 위해 장기간 변론이 중단됐던 고질적인 재판 지연을 해소하려는 의지로 해석됐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9일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장기미제사건 전담 재판부를 신설했다.

김 법원장이 지휘하는 재판부는 각 합의부에서 접수된 지 3년이 지난 장기미제사건 중 사안이 복잡한 고분쟁성 사건 40여 건을 1차로 재배당받았다.

통상 법원장 자리에는 판사 중에서도 가장 재판을 잘하고, 성실히 근무하는 판사가 임명된다고 한다. 법원장이 직접 재판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법원장은 이번이 서울행정법원에서 네 번째 근무로 알려졌는데 이는 1998년 개원 이래 최초 사례라고 한다. 그는 2002년 배석판사를 시작으로 2015년 부장판사, 2020년 수석부장판사 등을 서울행정법원에서 역임하며 모든 종류의 고분쟁성 장기미제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해 왔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법원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전담 처리함으로써 각 재판부의 효율적인 사건관리가 가능해졌다"며 "법원이 전체적으로 더욱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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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