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이르면 오늘 귀국…아랫선 조사도 못 한 공수처 '난감'

이종섭 귀국 소식에 "특별한 입장 없다"
소환 가능성엔 "가정 상황 답변 어렵다"
"필요시 부른다"던 공수처, 소환 고심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출국해 논란이 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이르면 21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난관에 부딪혔다.

이 대사가 즉각 귀국해 조사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들끓었지만, 정작 공수처는 아랫선 조사도 개시하지 못해 이 대사를 불러도 조사할 게 마땅치 않다. '수사 회피' 의심을 받는 이 대사가 자진 귀국하는 만큼, 부르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수처 측은 이 대사의 귀·출국 일정, 체류 기간 등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출석 요구 등 대응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사는 이르면 이날 새벽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무엇보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들 중 증거를 추려 아랫선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뒤, 윗선을 향하는 게 통상적인 수사 절차다. 아직 수사 기초 단계인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인 이 대사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기엔 시기상조란 우려가 나온다.

◆"수사팀이 필요하면 부른다"던 공수처…기습 귀국에 '난감'

공수처는 이 대사의 지명 소식이 보도되자, 4시간의 기초 조사를 거친 뒤 "필요하면 추가로 부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이 대사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으니, 필요한 선행 조사를 마친 뒤 시기가 되면 부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피의자 빼돌리기' 논란은 여당의 총선 위기론으로 번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에선 '이 대사 특검' 주장도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공수처 소환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이 대사의 자진 귀국으로 소환조사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공수처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수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이 대사가 스스로 귀국했고, 여야 가리지 않고 공수처의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만큼, 공수처로선 출석 통보를 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압수물 분석 및 하선 조사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사를 부른다면 지난 7일 진행된 기초조사가 재현될 수 있어 '맹탕 조사', '보여주기식 소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공수처는 아직 국방부 신범철 전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과 해병대 김계환 사령관 등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공수처는 이 대사의 귀국 소식이 알려지자 "수사팀이 언론 보도만 접한 상황이어서 특별히 말씀드릴 입장이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공지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언제 오는지, 언제 가는지, 며칠 동안 (공관장) 회의가 진행되는지 아무것도 몰라서 답변이 어렵다"며 난감을 표했다.

◆담당 수사팀 평검사 4명…이종섭 수사 '못 한' 공수처

일각에선 지난해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뒤, 지난 1월17일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출국금지하고 6개월 동안 소환 한 번 하지 않았다"며 수사 지연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수처 측은 "외부에서 볼 때 기대(하는 속도)가 있는 거 같은데,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4부 평검사는 4명이다. 수사4부는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실제로 공수처 정원은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총원 85명의 소규모 기관이다. 출범 이후 정원이 채워진 적도 없다. 게다가 현재 공수처 처장과 차장의 자리가 비어있다.

수사4부에 인력을 투입하기도 어렵다. 공수처 관계자는 "다른 부서에서 수사4부에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며 "갖고 있는 여건 속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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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