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34년 만에 153엔 돌파…美 CPI 여파

美 CPI 예상치 웃돌아…엔화 매도 움직임
정부 개입 가능성 ↑…"과도한 변동 악영향"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3엔을 돌파했다고 일본 공영 NHK, 지지통신, 닛케이아시아 등이 보도했다.

이는 1990년 7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다. 미 3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다. 전문가 예상치는 3.4% 상승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하는 움직임이 번졌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일본 간의 큰 금리 격차는 여전히 엔화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보도했다.

엔화 가치 하락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글로벌시장·재무 부문 이코노미스트 아베 료타는 엔·달러 환율이 152엔을 돌파하면 155엔까지는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금융당국은 시장 개입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해 오고 있다.

이날도 일본 재무부의 간다 신토 재무관은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사태에 평소부터 준비돼 있다"면서 "특정 수준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환율) 변동은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하룻밤에 1엔 정도의 변동을 과도한 변동이라고 판단할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연초부터의 움직임은 상당한 변동폭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 등도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 온 바 있다.

2022년 엔화 가치가 약 152달러까지 떨어졌을 당시 일본 재무성은 달러를 매도하고 9조2000억엔(약 83조원)을 매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엔·달러 환율이 152엔을 넘어설 때,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은 152~155엔 사이에서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도 일본 당국이 2022년처럼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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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