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외무역법 개정 추진…반도체장비 中수출통제 초읽기

안덕근 산업장관, 美상무장관과 통상현안 논의
상반기 한미일 장관회의 합의…AI 논의 가능성
美에너지장관과 원전 등 협의…장관급 대화 제안

정부가 국내 수출통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대외무역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제도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만난 뒤 특파원 간담회에서 "무역분쟁 이슈 등과 같은 여러가지 기업 통상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반도체장비 대중 수출통제 문제 역시 이번 회담에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지난 10일 미국으로 입국하며 대중 수촐통제 문제와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동맹들하고 같이 공조를 하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산업부는 대외무역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 수출통제 조치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 통상법률에는 수출통제와 관련한 근거 조항이 희박하다.

다만 정부도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세계 반도체장비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무엇보다 중국의 보복조치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신중히 협상을 진행하는 모양새다.

안 장관도 앞서 "여러가지 협의를 계속해오고 있고, 상황에 따라 같이 공유하는 부분도 있고 입장이 다른 부분도 있다"며 "한중관계를 최대한 안정화시키려는 노력도 해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산업부는 실무진급에서 중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한중간 상무장관 협의도 염두에 두고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자국 기업들의 공급망 조사에 착수하는 등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에 대해서도 주시하면서 수출통제 조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 장관의 미국 방문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러몬도 상무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을 각각 만나 통상 및 에너지 현안을 논의하고 미 의회와 싱크탱크 관계자들과도 면담했다.

안 장관은 이날 "상무장관 면담에서 한미 공급망·산업 대화를 통한 폭넓은 성과 도출 방안과 지난해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산업장관회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두 회의는 금년 상반기 내 개최하기로 합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3국 산업장관회의는 오는 6월 미국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되며, 각국이 모두 관심을 지닌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방안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안 장관은 에너지 분야에서 한미간 포괄적 협력을 위한 장관급 대화도 금년 내 개최하자고 제안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일정은 향후 조율이 이뤄질 예정이다.

에너지 회담에서는 원전 관련 논의도 진행됐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수출과 관련한 미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소송 분쟁도 언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소송전이 지속될 경우 해외 원전 수주 등에도 지장이 발생하는 만큼 해법 마련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장관은 "우리기업들의 원활한 대미 투자를 위해 미 행정부와 상·하원 의원들에게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관련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없는 충분한 보조금 및 세액공제 지원을 촉구하고, 현지 생산설비 완공을 위해 필요한 단기 전문 인력에 대한 원활한 비자 발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는 어느때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관계를 더욱 공고히하고 강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미 행정부와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