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영향 제한적이라더니…환율·유가 급등 '풍전등화' 韓경제

환율 1400원선 넘자 외환당국 구두개입…역대 네번째
금융·실물동향 24시간 모니터링…과변동시 즉각 조치
국제유가 상승·수입물가 오름세…소비자물가도 영향

정부가 중동 사태로 인한 우리 경제 영향이 제한적으로 밝힌 지 하루 만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터치하고 코스피가 급락했다.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환율 급등세에 국제유가와 수입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중동 사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의 금융·실물동향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정부는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고 우리 경제의 기초를 흔들 경우 즉각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전날(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400원선을 넘어서자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식 구두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한 건 약 1년 5개월 만이자, 역대 네 번째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강도 긴축에 따른 고금리 충격 당시 1400원선을 돌파했었다.

같은 날 한국 증시도 큰 폭으로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0.80포인트(2.28%) 하락한 2609.63으로 집계됐다. 장중 한때 2601.45까지 떨어져 26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중동사태의 국내 금융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지난 15일 금융당국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직후 긴급 시장점검을 통해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우리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유가 오름세는 일단 주춤하지만 중동사태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았다. 지난 16일(현지시각)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0.05 달러(0.06%) 내린 배럴당 85.36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6월물 브렌트유도 전장보다 0.08 달러(0.09%) 낮은 배럴당 90.02 달러에 마감했지만 두바이유는 90.26 달러로 전장보다 0.73 달러 올랐다.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국내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일정 시차가 있는만큼 향후 국내유가에 미칠 영향 대비에도 나서야 한다. 정부는 일단 원유 수급과 수출입, 공급망 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안심하긴 어렵다.

증권가에선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이후 제5차 중동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미 배럴당 90달러 안팎의 국제 유가가 올해 120~130달러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점검·대응 강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중동은 지난해 기준 국내 원유의 72%, 가스의 32%를 공급하는 지역인 만큼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에너지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거 사례 등을 토대로 영향 분석과 대응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 인플레이션 안정에도 부정적이다. 한국 소비자물가는 둔화되고는 있지만 고유가, 고환율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도 불가능하다. 원화 약세 현상도 금리 인하의 제약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공급발 충격으로 올해 말 물가가 2.3%보다 높아질 경우 올 하반기 금리 인하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가운데 이미 수입물가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7월(0.2%)부터 8월(4.2%), 9월(3.0%), 10월(0.9%)에 걸쳐 4개월 연속 반등한 후 11월(-4.4%)과 12월(-1.7%) 두 달 연속 하락한 후 1월(3.1%) 반등한 바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7.85(2015=100)로 전월(137.24)대비 0.4% 올랐다.


환율 약세와 국제유가 상승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양측이 추가 확전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급등할 위험은 상당 부분 감소됐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며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금리인하의 제약 요인"이라며 "환율이 한은이 통화정책의 목표는 아니지만 환율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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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