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항쟁 왜곡 도서 낸 지만원, 5·18유공자에 배상하라"

'광수' 지목 유공자·유족, 5·18단체 손배소 일부 승소
위자료 최대 1000만 원씩 총 9000여만원 지급 판결
지만원 '5·18 유공자 명예훼손' 실형 확정돼 복역 중
지씨의 다른 왜곡 도서도 민·형사상 절차 진행 예정

5·18민주화운동 관련 왜곡·폄훼 도서를 출간한 극우 논객 지만원(82)씨가 책에서 북한군으로 지목한 5·18유공자·유족 등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정영호 부장판사)는 18일 205호 법정에서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공로자회·부상자회)와 5·18 유공자·유족 등이 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지씨가 원고들에게 총 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지씨가 출판한 도서 '북조선 5·18아리랑 무등산의 진달래 475송이'로 인해 명예훼손 피해를 입은 5·18 유공자 4명에게 각기 위자료 1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들은 지씨가 책에서 당시 광주에 내려온 북한특수군이라며 이른바 '광수'로 지목된 당사들이다.

당초 원고였던 고(故) 김양래 5·18 전 상임이사를 대신해 소송 당사자가 된 유족 3명은 각기 약 285만원~428만원씩 지급 받는다.

원고인 5·18재단 등 4개 유공자 단체에는 청구 금액의 절반인 1000만원씩을 지씨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지씨가 해당 도서의 발행·추가 발행·출판·인쇄·복제·판매·배포·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책과 같은 내용을 인터넷에 게시하거나 제3자를 통한 도서의 발행·추가 발행·배포도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를 위반할 때마다 원고들에게 200만 원씩 추가 지급하도록 주문했다.

지씨는 지난 2020년 6월 5·18 폄훼·왜곡 내용이 담긴 '북조선 5·18아리랑 무등산의 진달래 475송이'라는 제목의 도서를 펴냈다. 지씨는 책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군에 의한 폭동'이라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담았다.

또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서 싸운 광주시민을 북한군 사진과 연결지어 북한 특수군인 것처럼 썼다.

이에 5·18유공자와 관련 단체 등은 지씨가 출간한 책으로 항쟁 참여 시민과 희생자들이 심각한 명예훼손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며 지씨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여왔다.

이번 재판은 지씨의 소송 이송·기피 신청, 재판부 변경 등으로 공전하며 소 제기 이후 3년 2개월가량 지연됐다.

앞서 법원은 지난 2021년 2월 이 도서가 내용이 5·18민주화운동과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선 시민 항거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평가를 훼손했다고 판단, 출판·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해당 도서의 출판·발행·인쇄·복제·판매·배포와 광고가 금지됐다.

민사 재판과 별개로 지씨는 5·18 폄훼·왜곡 관련 형사 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지씨는 징역 2년이 최종 확정, 지난해 1월 수감됐다.


그러나 지씨는 형사재판 형이 확정되기 직전 또다시 왜곡·폄훼 내용이 담긴 '5·18작전 북이 수행한 결정적 증거 42개'이라는 책을 펴냈다.

5·18기념재단은 지씨를 추가 형사 고발했고, '5·18작전 북이 수행한 결정적 증거 42개'에 대한 출판 금지 등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후 해당 도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5·18 북한군 투입설은 여러 차례 펼쳐진 공식 조사에서 근거 없는 허위 사실로 판명됐다. 국방부도 북한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법원 역시 2002년부터 현재까지 "지씨가 웹사이트·호외·도서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5·18 북한군 개입설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는 일관된 판단을 내놓고 있다.

오는 6월 대국민 보고서 발표를 앞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북한군 개입설이 사실무근이라며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