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지원 허점 노려' 전월세 보증금 대출사기 18명 유죄

청년 임차보증금 대출 승인 쉽다는 점 노려 범행
'가짜 임차계약 주도' 임대사업자 징역 5년6개월
가짜 임차인 등 17명도 실형 또는 집행·선고유예

무주택 청년 주거 안정을 꾀한 제도의 허점을 비집고 20·30대 임차인과 전월세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처럼 꾸며 보증금 대출금만 타낸 임대사업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가짜 임차인 등 17명도 유죄로 인정돼 가담 정도 등에 따라 실형이 내려지거나 집행 또는 선고유예의 선처를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 3단독 박현 부장판사는 사기와 공인중개사법·근로기준법·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기 혐의로 함께 기소된 B(24)씨에게는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A씨와 함께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명의를 빌려주며 범행에 가담한 20~30대 가짜 임차인 등 16명도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장은 이 중 3명에게 징역 6~8개월 또는 벌금 300만 원을, 8명에게는 각기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5명은 대출금 원리금 변제 여부 등을 감안해 징역형의 선고유예형을 내렸다.

A씨와 B씨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전세 임차 계약을 꾸며내 여러 금융기관에서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명목으로 14억여 원을 가로채 나눠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거나 임대차 계약만료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1억 1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가짜 임차인 등은 A씨의 권유를 받아 각자 명의로 시중 금융기관에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신청, 거액의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A씨가 소유한 원룸·오피스텔 매물에 대해 가짜 임차인들과 전월세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처럼 꾸며내 정부 지원 청년전세대출상품에 신청, 대출금만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가 무주택 청년 주거 지원 차원에서 운영 중인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제도의 허점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상품은 일정 요건을 갖춘 청년들에게는 형식적인 서류 심사 만으로 쉽게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애초 실제 임차 계획이 없는데도, 가짜 계약서와 보증금 송금 내역 등을 제출,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챙긴 뒤 각자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눠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가짜 임차인 중 일부는 '임대차 매물과 전세보증금을 다르게 기재하여도 문제없다'는 A씨 등의 거짓말에 속아 전세 대출 사기에 연루되기도 했다. 이들은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면서도 전세보증금 대출금 상당 금액을 뜯긴 사실상 피해자이기도 했다.

이들이 제때 원리금을 갚지 않아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은 연체·미납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재판장은 "A씨는 범행이 계획적이며 횟수와 피해액이 많고, 전세보증금 대출금을 갚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B씨도 대출금 사기 범행 가담 정도가 크다. 전세보증금 대출금 원금 변제 여부와 범행 연루·가담 경위와 정도, A씨로부터 대가를 받아 챙겼는지 등 여부를 참작해 각기 징역형이나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의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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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