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 21대 국회서 자동폐기, 22대로 넘어갈 듯
인천 재외동포청, 경남 우주청…"국토 삼각축 호남엔 이민청"
전남, 청 단위 정부기관 없고 외국인 증가율 전국 1, 2위 다퉈
전남도가 지방소멸 대응방안의 하나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이민청) 유치 전략에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사실상 21대 국회를 넘겨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 데다 6개월 간의 법안 경과규정을 감안하면 해를 넘길 공산이 커 숨 고르기와 함께 전략 손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법무부 산하 이민청을 전남으로 유치하는데 새해 도정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법무부와의 이민제도 토론회, 11월 국회세미나 등을 통해 이민청 설립을 지지한 데 이어 올 들어 17개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국(局) 단위 이주민 전담부서인 '인구청년이민국'을 신설하고 이민정책과 등 3개과를 산하에 뒀다.
전남이 이민청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지방소멸이라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에서 비롯됐다. 청년인구 유출, 고령화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가 가장 큰 전남에 이민청을 설립하는 것이 '국가 인구감소 위기 극복'이라는 이민청 설립취지와도 궤를 같이한다 판단에서다.
1990년 250만명에 달했던 전남 인구는 2010년 191만명으로 200만명 고지가 무너진 뒤 2020년 이후 해마다 1만명씩 줄고 있고,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화로 농어촌을 떠나는 젊은층이 크게 늘면서 청년인구는 최근 5년 새 60만명에서 52만명으로 급감했다. 수 년 내 50만명대도 무너질 위기다.
전남 22개 시·군 중 곡성, 구례, 고흥, 보성, 장흥, 강진, 해남, 영암, 함평, 영광, 완도, 진도, 신안 등 13곳은 이미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됐다.
반면 외국인수는 꾸준히 늘어 2018년 3만3000여 명이던 전남 지역 등록외국인은 지난해 4만7000명으로 늘었다. 인구 절벽의 버팀목인 셈이다. 광양항·무안공항·KTX·고속도로를 두루 갖춘 동북아 관문으로, 외국인 접근성도 장점이다.
전남도는 이민청을 유치하면 막대한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외국인 인구 유입 등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유치계획는 그러나 해를 넘길 전망이다. 정무적 입장차 등으로 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돼 22대 국회로 넘어갈 형편이다.
5월 말 22대 국회 개원 후에도 공포에서 시행까지 새 법안에 대한 6개월 간의 경과규정을 감안하면 빨라야 2025년 상반기에나 이민청 신설과 입지 등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조원대 효과를 노리고 이민청 유치전에 뛰어든 곳은 광역자치단체만 4∼5곳에 이른다. 전남을 비롯, 경기도(안산·김포·고양), 충남(천안·아산), 경북(상주·문경), 충북 등이 가세한 상황이다.
국회 숨고르기와 달리 유치전은 후끈 달아오른 만큼 전남 만의 킬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된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이 수도권인 인천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청인 '우주항공청'이 영남권인 경남 사천에 각각 들어서는 만큼 이민청은 호남권에 들어서는 게 지역균형(삼각축)에 걸맞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등록외국인 증가율이 40%를 넘겨 전국 1·2위를 다투고 있는 점도 유치 당위성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북 새만금청, 경북 정부합동청사 등 청(廳) 단위 정부행정기관이 전남에는 전무한 점도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소멸은 전남이 직면한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며 "인적, 경제적, 정서적 효과가 큰 이민청이 전남에 들어선다면 지역균형 발전의 이정표로도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흥.강진 / 채희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