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가 무서워서" 청주시청 출입문 폐쇄 논란…민원인 발동동

청사 진입 막으려 수시로 전 출입문 철컥
집시법상 제한 규정은 옥외 집회만 적용
업무방해 등 대응 가능한데도 원천 차단

충북 청주시의 과도한 집회·시위 대응이 논란이다.

옥내집회는 집시법상 신고 대상이 아닌데도 청사 방호를 이유로 걸핏하면 청사 출문을 걸어 잠가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2일 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부터 이달 12일까지 민간 재개발사업 강제집행을 규탄하는 전국철거민연합회 집회가 청주시청 1임시청사 앞에서 진행 중이다.

이 단체는 지난달 15일 시청 1층 로비에 들어와 이범석 시장의 면담과 사퇴를 요구하며 고성 농성을 벌였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강제해산을 경고하며 단체 측과 1시간여 대치했다.

시는 이틀 뒤 추가 집회를 막고자 본관 정문을 제외한 나머지 출입문 2곳을 폐쇄했다. 영문을 모르는 민원인들은 출입구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기도 했다. 청사 관리부서는 해외 출장 중인 이 시장에게 보고 없이 출입문 폐쇄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후에도 전철연 집회가 열릴 때마다 몇 시간씩 출입문을 잠그고 있다. 2일에는 일부 시민이 민원 업무를 본 뒤 청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감금 사태까지 빚어졌다.

시청에 카드 배달을 왔다는 박모(70)씨는 "밖에 업무가 바쁘다. 빨리 문을 열라"고 항의했으나 청사 관리 담당자는 "집회·시위자들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박씨는 "저 사람들만 무섭고, 일반 시민은 이렇게 가둬도 되는 거냐"며 "내 의지대로 못 나가니 감금이나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옥외집회에 한해 장소와 방법, 시간 등을 제한하고 있다. 건물 로비 등 옥내집회는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관공서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법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 사전 신고 대상은 아니라도 업무를 방해하거나 건조물의 평온을 해치면 경찰의 해산명령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개방된 공간에서의 옥내집회를 원칙적으로 제한할 순 없지만, 타인의 법익 침해 등을 이유로 강제해산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제해산 불응이나 업무방해에 따른 형사처벌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청주시의 경우 이런 판례와 규정을 모두 묵살하고 옥내집회 자체를 막아서는 중이다. 헌법과 집시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명백히 위반하는 처사다.

옥내집회가 과격하게 변질되면 얼마든지 형사대응 할 수 있는데도 행정 편의를 위해 출입문 자체를 걸어 잠그는 셈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폐쇄한 민원실 출입문은 용이한 집회 관리를 위해 최근까지 폐쇄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지침상 테러·시위·무질서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병행 가능하나 청주시는 다른 기관과 달리 청사 방호에 관한 규정조차 구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사 관리부서 관계자는 "불법 시위가 우려돼 청사 출입문을 막았다"며 "어떠한 매뉴얼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민원인은 "법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집회·시위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법에 따라 대응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왜 행정 편의를 위해 시민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청주시의 과도한 대응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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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