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농 망쳤어… 이런 일 처음, 8할이 벌마늘 피해"

제주 마늘 흉작 피해 면적
전체 농가 절반 육박 '심각'

"수확을 해보면 8할이 벌마늘입니다. 올해 마늘 농사는 끝났다고 보면 돼요"

50년 동안 마늘 농사를 지은 이덕근(75)씨는 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자신의 밭에서 한숨을 푹 쉬었다.



제주도와 제주농협, 해병대 등으로 구성된 영농지원단이 일손돕기에 나섰지만, 좀처럼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땅속에서 뽑혀나오는 마늘이 족족 '벌마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벌마늘'은 마늘 줄기가 생장을 멈추지 않는 이른바 '2차 생장'으로 인해 쪽 개수가 상품보다 두배 가량 많아지는 현상이다. 벌마늘은 소비자들이 먹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상품성이 떨어져 소득감소 원인이 된다.

이씨는 "정상 마늘이 1㎏에 3200원 정도의 가격을 받지만, 벌마늘은 1200원 정도로 확연히 가격이 떨어진다"며 "수확을 해보면 많게는 80%가 벌마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수십년 경력의 오정순(72·여)씨는 "정상 마늘도 있지만, 그마저도 알이 작아 상품성이 떨어진다"면서 "올해 마농(마늘의 제주어)은 다 망쳤다"고 푸념했다.

'벌마늘' 피해는 4월 중순부터 관측됐다. 피해는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제주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당국은 남부에서 북부에서 생육이 진행됨에 따라 '벌마늘'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도미노'처럼 번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인은 '이상 기후'로 추정된다. 생육 상황이 전반적으로 전년과 평년 수준과 비슷하지만, 겨울철 따뜻한 기온과 강수량 증가로 통상 6∼9개인 마늘쪽이 11∼12개씩 분화한 벌마늘 생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잦은 비날씨로 무름병 발생에 이어 벌마늘 현상까지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농업기술원 조사 결과 피해 면적은 전체 농가의 48.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제주도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벌마늘’ 피해 농업 재해 인정과 저품위 마늘 정부 수매를 건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벌마늘에 대한 농업재해를 결정, 피해 농가는 1㏊(3000평)당 농약대 250만원, 다른 품종 파종비(대파비) 5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피해를 입은 농가는 마늘재배지 지번과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오는 10일까지 농지 소재지 읍면동을 방문해 피해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접수가 마무리되면 도는 13일까지 현장 확인을 거쳐 피해 복구계획을 수립한뒤 농식품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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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