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보유 토지 'LH 매입' 신청 미미…예산 2.7% 그쳐

LH 1차 토지매입 신청 마감…총 6건 접수
매입 22필지 90억, 확약은 19필지 455억
정부 "건설업계 위기 그리 심각하지 않아"

정부가 건설업계의 자금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상반기 중 2조원 상당의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신청 접수된 규모는 전체 예산의 2.7%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뉴시스가 확보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 신청 접수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계에서 매입 3건, '매입확약'은 3건 등 총 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의 경우 22필지에 1만7000㎡, 기준 가격은 90억원 수준이다. 매입확약은 19필지 16만㎡ 규모로 455억원 규모다. 접수된 토지의 가격은 약 545억원으로 준비된 예산 2조원 대비 2.7%에 그쳤다. 매입확약은 1년 후 2년간 매수청구권(풋 옵션)을 부여해 LH에 확약일 당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통해 건설경기 하락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7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건설업계 보유토지 최대 3조원 규모로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H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이 채무를 상환하거나 조정해 금융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업 보유 토지를 매수하는 것이다. 역경매 방식으로 토지를 헐값에 내놓을 수록 낙찰에 유리한 방식이다.

국토부는 1차는 매입 1조원, 매입확약 1조원 등 2조원 규모로 예산을 책정했다.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기업이 보유한 3300㎡ 규모 이상 토지를 대상으로 했다.

LH는 지난달 5일부터 약 4주에 걸쳐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 1차 접수를 시행했다. 당초 4월26일까지 3주간 접수한다고 공고했으나 신청이 저조하자 이달 3일까지 접수 마감기한을 1주 더 연장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처럼 신청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2조6000억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7000억원을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건설업계도 LH에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넘기는 대신 제 가격에 보유할 여유가 된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원 한도를 꽉 채웠다면 오히려 그만큼 '4월 위기설'이 신빙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과거 위기 때와는 시장 상황이 확연히 정부가 건설업계 경기 회복을 위해 금융 안정화 조치 등을 추가적으로 발표한다고 한 만큼 업계에서는 다소 관망세로 지켜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접수된 토지에 대해서는 아직 매입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LH는 이달 중 접수된 토지들을 대상으로 서류·현장조사를 거쳐 이달 말 매입 여부를 확정하고 역경매 개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낙찰된 건에 대해 6월 중 매입 적격 토지 선정 및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LH는 1차 매입 완료 후 건설 및 금융업계 의견수렴과 정부 협의를 거쳐 7월 이후 2차 매입을 시행할 계획이다. 토지매입 대상과 기준, 가격 등을 세부 조정할 것인지 여부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건설업계 토지를 매입해달라는 요구도 있지만 정부가 세금을 들여 건설업계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 도덕적 해이 논란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토지매입 기준 등 세부 요건을 일부 다듬을 것인지 여부는 LH와 세밀하게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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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