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범 체포 후 음주 측정 거부한 60대, 항소심서 '무죄'

아내 차 가져가 부순 혐의로 현행범 체포…경찰, 음주 의심돼 측정 요구
1심 재판부, 위법한 체포 아니며 미란다원칙 고지됐다고 봐야…벌금 700만원
항소심, 출동 경찰 말 듣고 도주나 위협 시도 없었다 진술 고려해 '위법 체포' 인정

별거 중인 아내의 차를 가져가 부수던 중 음주 의심을 받고 경찰로부터 음주 측정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한 60대가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11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나경선)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61)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3월22일 오후 8시53분 충남 서산시 팔봉면의 한 선착장 앞 도로에서 전처의 승용차를 손괴해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약 20분 동안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은 혐의다.

당시 경찰은 “전 남편이 술을 마신 상태로 차를 가져갔다”는 신고를 받아 출동했으며 현장에서 A씨로부터 술 냄새가 나고 얼굴이 붉고 언행이 어눌하다고 판단,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체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위법한 현행범 체포가 이뤄졌고 이 상태에서 요구한 음주 측정에 응하지 않은 것이므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체포 당시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받지 못했고 변명의 기회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차량을 손괴하고 있었고 별거 중인 아내를 보고 욕설하며 위해를 가할 듯 행동했다고 기재돼 있어 위법한 체포라고 볼 수 없고 체포 당시 고지 행위가 제대로 이뤄졌다 봄이 타당하다”며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가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A씨는 도주 또는 증거인멸 염려가 없음에도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 측정 요구를 받았으며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행범인체포서에 ‘손괴하는 중이었고 피해자에게 욕설하며 위해를 가할 듯 해 미란다원칙 고지 후 현행범 체포한 것’이라고 기재돼 있으나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도착 당시 A씨가 망치를 들고 차량 옆에 서 있었으며 내려놓으라고 하자 순순히 말을 들었고 위협을 가하거나 도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해당 경찰의 진술에 의하면 현행범인체포서에 기재된 내용과 달리 차량 손괴 행위는 이미 종료됐고 위해를 가한 행동을 보이지도 않았으며 요구에 순순히 응해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주거지를 알고 있었고 범행을 인정한 피고인의 자백과 손괴된 차량 사진, 진술 등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며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고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 측정 요구 역시 위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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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