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출 전대 앞두고 중진 활발한 행보
나경원 "정쟁 아닌 해야 할 일 하는 국회 돼야"
윤상현 "중앙당 폭파시킬 의지 갖고 혁신해야"
안철수 "윤, 채상병 특검 거부하지 말고 받아야"
한동훈·유승민 행보 촉각…당권구도 영향 미칠 듯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당권 주자들이 활발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당대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중진 의원들이 활동 범위를 넓히는 모양새다.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은 저출산 문제 해결 등 '정책'에 초점을 맞췄고, 윤상현 의원은 총선 참패 원인 진단 세미나를 주재하며 당의 전면 '쇄신'을 내걸었다. 안철수 의원도 의대 증원 1년 유예 요청과 채 상병 특검 찬성 입장 등을 밝히며 윤석열 정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나경원 당선인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과 유상범·배준영·전주혜·김용태 비대위원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그는 이날 개회사에서 "대한민국 인구가 얼마나 줄어들지를 생각하면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수는 다 써봐야 한다"며 "연금개혁을 통해 저출산을 해결할 방법을 이야기한다고 하니 언론인 분들은 관심이 없고 몇 분 오시냐고 자꾸 묻더라"고 말했다.
나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초대 저출산고령화사회 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의 압박으로 사퇴했다. 그는 "22대 국회는 특검이니 하는 정쟁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인구와 기후 문제를 준비할 국가 대개조가 이뤄지는 데 22대 국회가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당선인은 22대 국회 상반기 국회부의장 출마 등 향후 행보를 묻는 질의에 "제가 무엇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룰 개정 의견을 묻는 질의에는 "당원 생각이 조금 더 반영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 정도 생각만 있다"고 답했다.
한편 윤상현 의원도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4·10이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이날까지 총 다섯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윤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대 참패했음에도 공동묘지의 평화같이 너무나 조용하다"며 "모택동(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을 하면서 공산당 본부를 폭파하라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힘도 중앙당을 폭파시킬 정도의 강력한 의지로 창조적 파괴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미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작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얘기하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면 안 된다,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이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보수 혁신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윤 의원의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이날 "윤석열 정부 잔여임기 3년은 유사 내란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하는 건 다 따라 하는데 집권 동기가 뭔지 모르겠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총선 패배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안철수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채 상병 특검'에 대해 연일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료계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는 1년 유예를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에 출연해 "(채 상병 특검) 찬성 의견에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께서 자신이 있으시다면 오히려 선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검을 받겠다고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공은 용산에 넘어와 있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결과에 따라 국회에서 재의결할 것인지, 특검 추천 절차를 진행할지 결정된다"고 짚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여부와 관련한 법원 결정을 앞두고는 "법관들이 보기에 (정부 논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으로 본다"며 "판결이 나기 전에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설을 놓고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나경원 당선인은 이날 세미나를 마친 뒤 관련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출마를 원하는 분들은 누구나 출마하는 게 맞다"며 "결국 당원들이 판단하는 게 아닌가. 어떤 분이 당을 이끌어 가는 게 맞겠냐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장이 전당대회"라고 짚었다.
윤상현 의원은 "제가 주창하는 '혁신 보수'의 중요 현안은 책임지는 보수"라며 "본인의 판단이야 정치적 자유의지에 의한 거지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리 책임지는 정당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은 잊혀질 캐릭터가 아니다"라며 다음 시기에 정치에 복귀할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이밖에 유승민 전 의원의 전당대회 등판 여부도 관심사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지지자들과 만남을 가지고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는 향후 당권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들은 최근 뉴시스가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표 후보별 적합도는 유승민 전 의원이 2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26%를 기록해 오차범위 ±3.1%포인트(p)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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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