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 시작…"현실 고려해야" vs "소상공인 어려움 생각해야"

최저임금위원회, 21일 1차 전원회의 개최
노사, 최저임금 차등적용 두고 신경전 벌여
"차별 바로 잡아야" vs "소상공인 어려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막이 올랐다. 2027년까지 3년 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이끌 위원장에는 이인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선출됐다.

최임위는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1차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2025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익위원 중 최연장자인 이 교수가 새로운 위원장으로 표결 없이 호선(互選)으로 선출됐다.

이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과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노동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전신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임금연구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보수적인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최임위 시작 전부터 이 위원장의 공익위원 선임에 적극 반대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임위는 노사공으로 구성된 위원회로,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할 것"이라며 "노사가 배려와 타협 정신을 바탕으로 최대한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심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최임위 위원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최선을 다해 이끌 것이니 맡은 소임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위원님들께서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최임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공익위원 측 간사에는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선출됐다. 권 교수는 지난 최임위에서도 공익위원 간사를 지냈다.

근로자위원 측 간사는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맡게 됐다.

사용자위원에서는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와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이 간사를 맡는다.


이날 모두발언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신경전이 오갔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5%와 2.5%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 생계유지에는 턱없이 부족한 저율의 인상"이라며 "실질임금 저하로 인한 임금 삭감 부작용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몇 년 간 일부에서 최저임금 제도와 순기능을 부정하고 최저임금 제도를 악용해 우리 사회의 차별을 조장하고 용인하는 것을 서슴지 않고 있고, 특히 올 초부터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을 비롯해 마치 최저임금이 사회악인 양 비상식적인 주장이 도를 넘고 있다"며 "최임위가 업종별 차등적용, 수습노동자 감액적용, 장애인 노동자 적용제외 등 차별조항에 대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도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니 국민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물건을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한다"며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고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싶겠지만, 최저임금은 저희에게는 생명과 다름없다. 이 소중한 의미를 이익을 앞세워 폄훼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5년 최저임금은 지난 2년 간 이어진 역대 최저 인상률과 물가 폭등으로 하락한 실질임금을 보전하고, 노동자 현실을 고려한 수준에서 결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측은 경기침체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내세우면서 최저임금의 구분적용을 적극 주장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 전무는 "영세 중소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그동안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 때문에 가중됐다고 생각한다"며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고려하면 수용성을 높이고 국민 후생증대를 도모할 수 있는 구분적용을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법상 허용된 업종별 구분적용이라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본부장도 "많은 영세 사업주들이 폐업에 내몰리고 있고,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연체가 2022년보다 86.3% 증가한 2조1719억원"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책임지라는 요구는 가혹하다. 올해는 최근 이슈가 된 가사서비스업 등 지불능력이 취약한 업종에 대해 구분적용이 되길 희망한다"고 거들었다.

최임위는 내달 4일 2차 전원회의를 열고 양측의 2025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 받는 등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임위는 사용자위원 9명과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특별위원(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국장급 공무원) 3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특별위원들은 의결권이 없어 사실상 27명의 심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이들은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3월29일 발송했기 때문에 올해 심의는 6월27일까지다.

하지만 최임위가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킨 적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9차례 뿐이다. 2022년에는 8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켰지만, 지난해에는 시한을 넘겨 110일 만인 7월19일에야 의결했다. 특히 올해는 새 최임위 구성으로 시작이 늦어 심의가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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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