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내 경선 당시 경기도 법인카드로 민주당 인사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재판에서 전 경기도청 공무원 배모씨가 "내가 판단해 식사비를 결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2일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박정호) 심리로 열린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는 김씨의 사적 업무 수행을 담당해온 의혹을 받는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배씨는 2021년 8월 대선 경선 당시 김씨가 민주당 의원 배우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제보자인 조씨를 시켜 김씨의 식사비 2만6000원은 선거캠프 후원카드로, 나머지 식사비 10만4000원 상당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라고 지시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김씨는 배씨의 이 같은 지시와 경기도 법인카드 결제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배씨는 이날 식사비 결제를 하게 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는 검찰에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적 없으며, 피고인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답하며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검찰이 "국회의원 배우자와 피고인이 대선 관련해 만나는 자리인데 식사비 결제를 식당오는 참석자에게 알려주는 게 상식적이지 않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또 "식사한 인원 누구도 결제를 문제 삼거나 언급하지 않는데, 사전에 정해진 대로 진행돼 문제 삼지 않은 거 아니냐"는 질문에도 "제가 말 안 해서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사건 주심 판사가 "당시 국회의원 배우자가 참석한 자리인데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되면 문제 될 거라 생각 못 했냐?", "본인 스스로 판단하에 한 거냐"고 확인차 묻자 "네"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한테 말하지 않는 한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배씨는 "결제를 누가 하고 이런 게 껄끄러울 것 같아서 제가 알아서 결제해야겠다 싶어서 결제했다"고 이 사건 식사비를 결제하게 된 이유를 추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전반적으로 법인카드 사용을 방만하게 해왔는데 그런 일환으로 이 사건 카드도 사용한 거냐'고 묻는 변호사에게 "그랬던 거 같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배씨는 김씨 자택에 음식을 배달한 뒤 현금으로 대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피고인 자택에 배달한 음식은 결과적으로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는데 피고인에게 이를 속이고 현금으로 받았다는 거냐"고 묻는 검찰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검찰은 배씨에게 "사실대로 진술해야 한다"고 수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재판부 역시 위증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배씨의 답변을 몇 차례 재확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 한 차례 더 배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진행된다.

한편, 김씨는 이 대표가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뒤인 2021년 8월 2일 서울 소재 음식점에서 당 관련 인사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 변호사 등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를 이용해 10만 원 상당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배씨에게 지시해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