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본회의서 재투표…이탈표 17표 나오면 통과
'숨은 이탈표' 촉각…낙천·낙선자 불참·무기명 변수
여 '불공정 특검' 프레임 방어 야 "여론·명분 우리 편"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오면서 여야가 치열한 표대결을 벌이게 됐다.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검법 가결을 위해선 여당에서 최소 17명이 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결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지만 이번 4·10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의원이 상당하고, 재의결 투표는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재의 표결은 재적 의원(현재 296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구속 수감 중인 민주당 출신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출석한다고 가정할 경우 197명이 찬성해야 하는 셈이다.
국민의힘(113석)과 국민의힘 출신 자유통일당(1석)·무소속(1석)이 115석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 가운데 17표가 찬성표를 던지면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만약 국회의장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여권에서 18표가 이탈해야 가결될 수 있다.
30일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해 여당에서 8명만 이탈해도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처리가 더 유리하다고 보는 기류다. 이번 4·10 총선에서 낙선, 낙천하거나 불출마한 여당 의원이 58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본회의에 불참해 의결 정족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물밑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총대를 멘 건 박주민 의원으로 우선 7~8명을 접촉해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검법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전날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모두에게 친전도 발송했다. 그는 생존 해병대원의 어머니가 21대 국회의원들에게 남긴 편지도 첨부해 찬성표를 행사해달라고 호소했다.
재의결 투표는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점도 변수다. 박 의원도 이를 감안해 여당 의원들을 향해 "본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된다"며 "국민을 위해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특검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공개 발언이 이어지면서 당내 동요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안철수·유의동·김웅 의원 등 3명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반대' 당론을 채택했다. 이탈표 차단을 막고자 당론 강제에 나선 것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오는 '채 상병 특검법'의 부결을 위한 표 단속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진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채 상병 특검법은 28일 민주당이 개의를 강행하고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개최할 경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원이 모여서 당론으로 (부결) 의사를 관철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재옥 전 원내대표와 제가 모든 의원님을 전화나 개별 만남 등을 통해 접촉하고 있다"며 "중진 의원님들도 각자 그런 부분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하고 뜻을 모아주겠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밝혔다.
당내 일부 의원이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에는 "두 분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뜻을 표명하셨고, 한 분은 정확한 의사를 아직 직접 듣지 못했다"며 "저를 포함한 여러 의원께서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최종 부결되면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개원 즉시 특검법을 발의할 방침이다. 특검 지지 여론이 높고, 수사 외압 의혹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에 명분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윤 정권의 실정과 비리를 계속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국민의힘은 '불공정한 특검'이라고 규정하며 방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병수 의원은 "왜 우리가 채상병 특검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채상병 특검법의 추가 이탈표를)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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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