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기존연금 분리한 '新연금' 조성해야…재정부족분 국고지원"

한국경제학회 공동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 방향' 정책토론회

기존의 국민연금에서 젊은 세대를 분리하는 새로운 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왔다. 구(舊)연금과 분리된 신(新)연금을 완전 적립식으로 조성하고, 기존의 연금 재정부족분 609조원은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DI와 한국경제학회가 공동 개최한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향후 모수개혁 논의는 완전적립식 '신연금' 분리를 우선 전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KDI 재정추계에 따르면 2023년 1015조8000억원(국내총생산(GDP)의 44.8%)인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50년 소진되고 2080년께 GDP 대비 8.1% 재정적자 충당이 필요하다. 일반 재정지원이 없다면 보험료율을 34.9%로 올려야 한다.

연금개혁시점을 기준으로 개혁 이후에 납입하는 보험료는 기대수익비 1의 완전적립식 '신연금' 계정에 적립해 운용하자고 주장했다.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는 것은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 기금의 운용수익만큼 연금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장기 기금운용수익률이 4.5%면 신연금에서 보험료율 15.5%, 소득대체율 40% 수준에서 보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구연금의 재정부족분 609조원(GDP 26.9%) 및 점진적 보험료율 인상(연 0.5%포인트)에 대한 부족분 220조원에 대해서는 10년 동안 연 GDP 대비 4~5%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가한 국가채무에 대해서는 연 GDP 대비 1%(특별 부가가치세율 2.8%p) 세금으로 2071년까지 상환하자는 아이디어다.

기금운용수익률을 6%로 더 높게 가정하면 신연금 보험료율 10.23%로 소득대체율 40% 보장이 가능하고 구연금 재정부족분은 465조원(GDP 20.5%)으로 감소한다.

신승룡 연구위원은 "현재 연금개혁안은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세대 간 형평성을 악화할 모수 조정만 제시하고 있다"며 "보험료율을 인상하더라도 모수개혁 만으로는 '폰지'의 연장선으로 대중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국고투입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에 포커스를 맞춰 보험료의 점진적 인상과 국고 투입, 은퇴연령 상향 조정, 인구구조 안정화까지의 기금 유지 등을 재정안정화 대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은 교수는 "현재 재정추계는 여러 가정의 결과이므로 향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은퇴연령 상향 조정과 같은 고령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등을 재정추계에 반영해야 한다"며 "초기 가입자를 위한 관대한 보장, 저임금 노동자·영세 자영업자 보험료 지원, 군복무 및 출산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위한 국고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신연금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비판의 의견도 개진됐다. 토론자로 나선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은 "자산과 빚을 모두 받지 않겠다는 민법상의 상속포기를 하겠다는 것인데, 국민연금 수익률을 6%를 가정하면 빚은 609조원에서 크게 줄어 300조~400조원으로 줄어든다"며 "금리를 3%로 가정하면 연간 19조원만 부담해주면 원리금을 갚는게 가능한데 굳이 야박하게 상속포기를 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원종현 상근전문위원은 "채권을 발행하는 부분은 빚내서 주식투자를 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며 "현재 국채발행 잔액이 1000조원인데, 609조원 레버리지를 하라는 것은 상당히 겁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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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