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직원이 건강진단 판정한 검진센터…法 "지정 취소"

2019년 특수건강진단 기관으로 지정돼
서류 거짓 작성 등으로 지난해 지정 취소
원고 "노동청, 재량권 일탈하고 남용"
法 "더 이상 지정 목적 수행할 수 없어"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건강진단 결과를 판정하고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 위반행위를 한 특수건강진단 기관의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지난 4월25일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특수건강진단 기관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B의원은 지난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제135조에 따라 특수건강진단 기관으로 지정됐다.

특수건강진단 제도는 인체에 해로운 화학 물질이나 소음 등 물리적 인자, 분진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거나 예방하고자 실시하는 제도다.

B의원은 지난 2022년 실시한 특수건강진단에서 ▲건강진단 서류 거짓 작성 ▲무자격자의 건강진단 판정 ▲업무정지 기간 중 업무 수행 ▲지정 사항을 위반한 업무 수행 등 이유로 노동청으로부터 지난해 6월 특수건강진단 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노동청은 B의원이 지난 2022년 10월 의사가 아닌 행정 담당 직원이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판정하고선 의사가 판정한 것처럼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원은 사업체의 요청에 따라 국고지원을 받게 할 목적으로 검진 일자를 임의 변경해 기재한 사실도 인정됐다.

또 업무정지 기간에 근로자에게 부적합 판정을 받은 흉부방사선이 포함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거나 연간 지정한계인 2만명을 초과해 3만8284명을 검진하기도 했다.

A씨는 노동청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해 적법하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의사가 판정하고 행정직원에게 지시해 결과를 전산프로그램에 입력하게 한 것"이라며 "업무 처리 편의상 전산프로그램의 판정의사로 다른 의사의 명의로 서명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검진 일자를 임의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당초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들에 대해 2022년 8월에 검진하기로 예약이 돼 있었는데 행정직원의 실수로 검진 일자를 변경하지 않고 업무 처리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분으로 기관이 존폐 기로에 놓였고 50~60여명의 직원 생계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노동청의 취소 처분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수건강진단 제도는 열악한 환경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로서 의료기관의 허위·부실 판정 시 근로자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할 공익상의 필요가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또 "해당 기관은 근로자가 적절한 보건상의 조치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커 더 이상 특수건강진단 기관의 지정 목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위반 행위들에 대해서도 "업무정지 기간에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분명해 이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고 지정한계를 초과한 이상 처분 사유가 존재함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특수건강진단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처분으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임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