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변 노숙하다 구청창고 불지른 베트남 女 징역 9개월

法 "누범기간 중 범행 저지른 것은 불리한 정상"

서울 동대문구 중랑교 밑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구청 창고에 불을 낸 베트남 국적 이주여성이 실형이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동식)는 28일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지난 4월4일 구속 기소된 40대 여성 현모(44)씨에 대해 징역 9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씨가 이 사건의 범행을 자백했고 관련 정황이 뒷받침되므로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면서 "공무집행방해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것을 불리한 정상으로 판단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현씨가 범행을 시인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범행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어보이는 점, 방화가 주변에 의해 바로 진압돼 미수에 그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다"고 했다.

이날 민트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현씨는 판결에 불복하는 듯 감정에 북받쳐 절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현씨는 2007년 지적장애가 있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 2013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슬하에는 11살 아들도 있었으나 시어머니와 갈등 끝에 2016년 이혼했다.

현씨는 이혼 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고시원, 찜질방, 노숙인 쉼터 등을 2년여간 전전하다 2019년부터 중랑천변에 텐트를 치고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동대문구청은 현씨에게 주거와 한국어 공부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현씨는 모두 거부했다.

현씨 측 변호인은 결심 공판 당시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혼 후 한국어 의사표현을 못해 사회복지 지원을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생계에 곤란을 겪다가 창고에서 지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화 경위에 대해서도 "항의의 표시로 불을 저질렀으나 창고를 다 태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면서 "바로 옆 게이트볼 구장 등에도 사람들이 많았기에 금방 불이 진화될 줄 알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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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