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뒤늦은 공동상속인 상속분 지급 '10년 제척기간' 위헌"

A씨, 법률상 친자관계 뒤늦게 인정받아
공동상속인에게 상속분 가액 지급 청구
민법상 '10년 제척기간' 조항 헌법소원
헌재 위헌 결정…"권리구제 실효성 박탈"

상속 개시 후 상속인임을 인정받고 공동상속인에게 상속분 가액 지급을 청구할 때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청구인 A씨가 '상속회복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999조 2항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1969년 11월 A씨를 출산한 후 1984년 9월 B씨와 혼인한 이모씨는 1984년 9월 A씨를 법률상의 친자관계로 인정했다. A씨는 2019년 2월 이씨로부터 생부인 C씨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A씨는 법원에서 B씨와의 법률상 친자관계가 무효임을 확인받은 후 C씨의 친생자임을 인정받고 2021년 1월 그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2021년 12월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의 제척기간으로 인해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법 1014조에 규정된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은 상속이 개시된 후 인지(법률상 친자관계 발생) 또는 재판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해 그 상속분에 해당하는 가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권리이다.

민법 제999조 2항은 상속분 가액 지급을 청구할 때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상속분 가액 지급을 청구할 때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에 관한 입법은 단지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해서는 안 되고,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상당한 정도로 보장해야 한다"며 "(해당 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인지된 자의 상속권을 뒤늦게나마 보상해 주겠다는 입법취지에 반하며, 추가된 공동상속인의 권리구제 실효성을 완전히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결국 '기존의 공동상속인과 추가된 공동상속인'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를 조속히 안정시킨다는 기능만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2인은 "10년의 제척기간을 정함으로써 새로운 공동상속인의 재산권·재판청구권 행사가능성을 일정기간 보장함과 동시에 상속관계를 둘러싼 거래 안전 등 법적 안정성을 조화시키고 있다"며 "기존 공동상속인은 이미 분할 또는 처분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금전적 손실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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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