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윤, '한동훈 배신자' 총공세…한 "민심 따를 것"

'채상병특검법' 등 윤·한 갈등설 제기하며 견제
나원윤, 한동훈 대세론 차단…결선 역전 노려
한 캠프 "공한증 퍼져…윤과 충분히 소통했다"
'어대한' 분위기 이어가며 대세론 굳히기 나서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라섰다는 이른바 '한동훈 배신자론'으로 날선 공방을 벌였다.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주장한 채상병특검법 수정안 등을 고리로 윤 대통령과의 거리감을 파고들었다. 한동훈 대세론을 차단해 1차 경선에서 과반을 저지하고 결선투표에서 '반한 연대'를 통해 역전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한 전 위원장 측은 이같은 주장을 '공한증(한동훈 공포증)'이라고 규정하고 "민심을 따르는 것이 배신은 아니다"며 적극 반박했다. '어대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대세를 굳히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배신의 정치를) 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이런 논란이 참 많이 있다. 배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당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처음에 제기된 채상병 특검법 문제나 다른 것들도 다 그런 쪽에 집중된 이슈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나경원 캠프의 김민수 대변인도 "채상병 특검의 칼끝은 명백히 대통령을 향해 있다"며 "한동훈 후보가 스스로 자처한 배심 프레임을 극복하고 싶다면, 채상병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주장부터 명백하게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20년 동안 검찰에서 서로 밀어주고 충성하던 게 바로 한동훈 후보"라며 "총선이 끝나고 출마 선언한 70여일 동안 대통령과 전화 한 통화, 문자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간) 의미 있는 소통이 (총선 때)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남은 한달 캠페인 동안 우리가 알았던 한 후보와 대통령과의 소통과 신뢰관계가 (사실이) 아니다라는 걸 팩트를 갖고 당원들이 알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면서 "소통과 신뢰가 없으면 역시 출발은 배신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를 결과로서 공멸시키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위원장의 '배신론'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의 신뢰도 있어야 하고, 당하고 신뢰도 있어야 하고, 대통령과 신뢰도 있어야 한다.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며 "어떤 의도적 차별화로 가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우려를 전하고 있는 게 당연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즉각 "공한증(恐韓症)이 정치권에 퍼지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한 전 위원장은 직접 페이스북에 "이번 당대표 선거가 인신공격과 마타도어가 아니라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 4·10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으로 당권주자들의 출마 지역구에서 지원유세를 한 사진을 올리며 "나경원, 원희룡 후보는 전국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윤상현 후보는 인천선대본부장으로 저와 함께 선거 지휘를 맡았다. 저도 진심을 다해 이 세 분 당선을 위해 뛰었다"고 강조했다.

세 경쟁자의 선거운동을 도운 점을 상기하고 총선 패배의 책임이 한 전 위원장 본인에게만 있지 않다는 점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도 이날 오전 논평에서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 정치이자 공포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상대 후보들이 이야기 하는 대통령의 탈당과 탄핵은 단지 이번에 당권만 쥐면 된다는 야욕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 대한 공한증이 정치권에 퍼지고 있지만, 정작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열망은 커져만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후보에 나선 장동혁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심을 따라가고 국민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을 배신이라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을 겨냥해서는 "그간 정치를 하면서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본인 스스로 돌아보면 그게 자승자박"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사람이고, 탈당해서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사람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민주당에 갈 수 있다고 한 분"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공격을 하더라도 사실관계에 맞게,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공격해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의미있는 소통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는 "밥 먹는 게 의미있는 소통인지 잘 모르겠고 총선 국면에서 대통령실은, 정부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통했다"고 반박했다.

원 전 장관이 '공한증'과 관련 "초보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까 두렵다"고 한 데 대해선 "정치는 민심이라는 내비게이션이 있다"고 응수했다.

장 의원은 "사고는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게 아니라 몸에 운전이 익었다고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신호도 무시했을 때 나는 것"이라며 "시력도 흐려지고 판단력도 흐려져서 사고 날 위험성이 큰 그분(원 전 장관)의 지금보다 변화 의지가 있고 민심을 반영하려고 했던 그분(한 전 위원장)의 처음 시작이 정치인으로서 훨씬 더 나았다"고 했다.

배현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지지자들께서는 백두대간 지도만 고집하며 국도, 고속도로를 헤매다 걸핏하면 진창에 빠지곤 하는 '라떼'('나 때는 말이야'의 은어) 운전사들보다 국민과 당원이라는 내비게이션이 지목하는 길로 믿고 함께 갈 줄 아는,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운전사를 원하는 것"이라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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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