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 욕심에 지방의회 실종"…경기도내 후반기 원구성 '요지경'

여야 의석수 변화…곳곳서 파열음
의장되려고 탈당까지 불사
싸움 끝에 소수당서 '어부지리' 당선도

경기도내 기초지방의회가 제9대 후반기 일정을 시작했지만, 여기저기서 원구성을 놓고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4월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 수가 달라지면서 수적으로 우위를 앞세운 특정 정당이 의장·부의장 및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협치가 사라졌다는 지탄이 나오고 있다. 또 의원과 지역위원장 간의 갈등과 당내 계파 간 갈등, 개인적 감투 욕심으로 다수당이 원구성에서 기득권을 놓치는 사례가 나오면서 지방정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석수 변동에 따른 양당 간 치열한 불협화음이 표출된 곳은 화성시의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배터리 공장화재 사고에 대한 추모의 물결 속에 수습을 위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시의회에 대한 질타는 매섭다.



2일 화성시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배정수 의원을 9대 화성시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재적의원 25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13명이 참석, 전원이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보궐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13명, 국민의힘 11명으로 전반기와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원구성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전반기에 양당이 체결한 합의문에 따라 약속을 이행하라고 맞서며 등원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의장 선출을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을 쇠사슬로 걸어 잠그는 초강수를 뒀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질세라 쪽문을 통해 본회의장에 진입, 부의장에 단독 입후보한 국민의힘 송선영 의원의 출마 건마저 부결시켰다.

4일 부의장을 뽑기 위한 의사일정을 예고한 가운데, 아직까지도 양당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3일 양당 대표의 회동이 예정된 가운데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부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 5석도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흥시의회도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 문제로 원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1석 줄어들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의장과 3개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을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2개씩의 상임위원장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시흥시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8명, 국민의힘 7명, 무소속 1명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 원구성 안건을 상정했지만,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의원 등 의원 절반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수원시의회도 의장 선출을 앞두고 다수당이 뒤바뀌며 내홍을 겪고 있다.

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으로 의장을, 민주당이 부의장을 각각 맡았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의원 2명이 탈당하며 다수당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이에 두 정당 간 대표단 협의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의장을, 국민의힘이 부의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경선에서 패배한 이재식 의원이 탈당 신청서를 경기도당에 제출하며 국민의힘이 다수당 지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당초 의장 후보로 뽑아 놓았던 이재선 의원을 의회사무국에 의장 후보로 정식 등록했는데 또 다시 상황이 급변했다.

의장단 후보 등록 마감 직전 탈당 신청서를 냈던 이재식 의원이 돌연 스스로 의장으로 입후보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의장 후보로 정했던 김정렬 의원을 부의장 후보로 바꿔 의회사무국에 접수했다.

시의회는 2일 임시회를 열고 이재식 의원을 의장으로, 김정렬 의원을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이재식 의원이 제출했던 탈당계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서 받아들여졌다. 현재 이재식 의원은 무소속이다.

만일 이재식 의원이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다수당 지위를 내줘야 하는 미묘한 상황에 놓인다.


오산시의회와 광명시의회는 의장 출마 의향을 밝힌 의원과 당 지역위원장과의 대립각으로 다수당이 의장 자리를 놓쳤다.

오산시의회는 2일 의장·부의장 선출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이상복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의석수로는 국민의힘이 2명, 더불어민주당이 4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빚어낸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초 전도현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지역위원장인 차지호 국회의원이 의회 최연소 의원인 전예슬 의원을 의장으로 내정하면서 반발했다.

국민의힘과 연대해 자신이 의장을, 국민의힘 이상복 의원이 부의장을 맡는 방안을 구상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전예슬 의원을 대신해 자신보다 연장자인 성길용 전반기 의장이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이상복 의원이 의장으로, 전도현 의원이 부의장으로 출마했다.

2일 열린 본회의에서 진행된 의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성길용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이상복 의원이 출마해 3대3 동표를 얻었지만,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이상복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어 진행된 부의장 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만 성길용·전도현·전예슬 의원 등 3명의 후보가 출마, 3차에 걸친 표결 끝에 성길용 의원과 전도현 의원이 3표씩 얻었고,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성길용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 부의장을 맡게 됐다.



▲ 광명시의회가 26일 제9대 광명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광명시의회 제공)

광명시의회는 투표를 하루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지석 의원이 무소속으로 국민의힘과 연합해 의장에 당선됐다.

부의장도, 3개 상임위원회 위원장도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투표 전날까지 6석으로 국힘 5석보다 1석이 많았던 더불어민주당이 원구성에서 참패했다.

이지석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인 김남희 의원과의 대립으로 투표 전날인 지난달 25일 탈당계를 제출했다.

김남희 위원장이 자신의 의장 출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게 표면적인 이유다. 당 내부에서는 양기대 전 의원이 거론되며 계파간 갈등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남희 국회의원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현역의원이었던 양기대 후보와 경선 끝에 더불어민주당 광명을 후보로 최종 선정, 4월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의원총회에서 의장 후보를 내정했지만, 정작 투표 당일 대규모 이탈로 소수당에 의장직을 내준 경우도 있다.

평택시의회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 결과에 불복,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의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10명, 국민의힘 8명으로 구성된 평택시의회는 관례대로라면 후반기 의장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몫이지만, 27일 투표에서는 국민의힘 강정구 의원이 12표를 얻어 6표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김승겸 의원을 누르고 의장으로 당선됐다.

전날인 26일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김승겸 의원을 의장 후보로 내정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최소 4표가 빠져나갔다.

당 안팎에서는 당내 지역계파간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전반기 의장인 유승영 의원이 평택 을지역구 출신인데, 후반기에도 을지역구 출신인 김승겸 의원이 의장으로 내정된 데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는 거다. 의장 후보 내정 과정에서 갑지역구 출신 이윤하 의원과 김승겸 의원이 5대5 동표를 얻은 가운데, 연장자 우선 원칙에 의해 김승겸 의원이 최종 선정된 점도 이같은 불화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화성시청 소속 한 공직자는 "전 국민이 알고 있듯이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화성시 전체가 침울한데, 유가족을 달래고 시의 사고수습을 도와줘야 할 시의회가 밥그릇 싸움에 개점휴업 상태"라며 "시의회 양당이 조금씩 양보해 민생을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방의회의 행태를 지켜본 한 시민은 "지방의회가 국회를 꼭 닮아가고 있다. 유권자인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명예만을 위해 감투싸움을 벌여 학급어린이회만도 못한 추한 꼴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언제 정신을 차릴지 지긋지긋하기까지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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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