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료소 팀장에 갑질 폭언' 父子, 위자료 지급 판결

법원 "820만원 지급하라"

코로나 선별진료소 공무직 근로자에게 무차별 폭언을 퍼부은 부자(父子)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데 이어 위자료 등으로 820만원을 물게 됐다.



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전기흥 부장판사는 A씨가 부자지간인 B씨,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B씨 등은 A씨에게 8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코로나19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인 지난해 2월, A씨는 경기도의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 PCR 검체 채취 업무를 위탁받아 선별진료소 운영팀장으로 근무하게 됐다.

A씨는 진료소를 방문한 B씨와 C씨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

그러자 B씨는 "너 뭐야, 이 XXX야, 니가 팀장이야? 보건소장 나오라 그래, 넌 공무원이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 돼야 하는 거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B씨의 아들 C씨 역시 욕설과 폭언을 하며 가세했다.

이같은 소동은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진료소를 방문한 많은 시민 앞에서 30분 가량 이어졌고, 검사소 직원들이 검사를 멈추고 밖으로 나와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B씨 부자는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갑질을 당한 A씨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등으로 병가휴직을 가는 등 선별진료소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웠다.

B씨 부자는 모욕과 업무방해로 약식 기소돼 각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B씨 부자는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민간에 위탁된 선별진료소 업무는 행정기관의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B씨 등의 행위는 불법행위가 아니며, 오히려 A씨가 정신적 기왕증이 있기 때문에 업무에 부적격인 자"라는 논리를 폈다.

반면 공단은 "B씨 등이 있지도 않은 정신적 기왕증 운운하며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갑질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공무원들도 생겨나는 만큼 B씨 부자를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단은 A씨의 수입상실분과 치료비, 위자료 등으로 2300여만원을 청구했다.

법원은 "B씨 등은 공동으로 A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포함해 모두 8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민원인의 갑질로 인한 피해 위자료로 500만원을 인정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민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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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