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채상병 특검'…대통령 임명 안하면 연장자 자동임명

수사 범위 공수처 의혹 등으로 확대하고 변협 추천 과정 없애
여 8표 이탈시 재의결 가능…'3자 추천' 중재안 변수 될지도 관심

 '채 상병 특검법'이 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실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면서 관심은 향후 처리 과정으로 쏠리게 됐다.



민주당이 지난 5월30일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특검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기존 특검법보다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등 여권을 향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특검법이 특검의 역할을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 수사로 국한했다면, 수정안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을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특검의 수사 대상과 업무 범위를 대폭 늘린 게 특징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외압 의혹도 새롭게 수사 대상에 포함했고,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공소취소 권한도 특검에 부여했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특검 후보 추천권도 일부 변경했다. 이전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특검 후보 4명 중 민주당이 2명을 추려 대통령에게 최종 추천하도록 했지만, 이번 법안은 변협 추천 과정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인씩 총 2인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조국혁신당에 특검 추천권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대통령이 특검 후보를 추천받은 뒤 3일 이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도록 했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자 강하게 반발하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위헌성 때문에 재의결이 부결됐으면 헌법에 맞게 수정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일 텐데, 오히려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법으로 되돌아왔다"며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본회의 통과에 따라 윤 대통령은 15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기한은 오는 19일로 채상병 순직 1주기와 맞물린다.

민주당은 통신사들이 통화 기록을 통상 1년이 지나면 말소한다는 점을 들어 채상병 순직 1주기 전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통신 기록이 말소되기 전에 특검을 밀어붙여 공수처 수사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재의 요구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시 법률로 확정된다. 국민의힘 108명 중 8명이 찬성표를 던지면 재의결이 가능해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이탈표를 놓고 여야의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다만 안철수 의원이 찬성하는 것 외에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유지되는 분위기여서 재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여야 대치를 끝내야 한다며 비교섭단체 몫의 특검 추천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정부와 여당이 특검 추천권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이러한 명분을 제거해서라도 법안 처리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제3자 추천 방식을 제안하기는 했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이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여당이 대안을 제시하고 실제 수정안을 발의한다면 그때 논의할 사항"이라며 "우리가 먼저 중재안을 제시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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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