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에도 내년 총지출 증가율 2배 뛸까…깜깜이 심사 비판 목소리

"R&D늘리고 저출생만들고"…예산 필요처는 증가
건전재정 기조 속 예산 편성…사업 구조조정 강화
기재부 재량 커져…필요한 예산 삭감 가능성 제기

재정당국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있어 지난해 삭감했던 연구개발(R&D) 등 큰 돈이 드는 사업 예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총지출 증가율이 올해 2.8% 대비 2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4.2%로 제시한 바 있는데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고 저출생 대응 예산,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시추 예산 등이 추가될 경우 총지출 증가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관가에선 윤석열 정부 들어 총지출 증가율은 2023년 5.1%에서 2024년 2.8%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6%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점친다. 7~9%대를 기록했던 문재인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 보단 낮지만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어서 건전재정 기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R&D 늘리고 저출생 만들고"…써야할 곳은 증가

8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시 건전재정 기조를 토대로 R&D 투자 규모를 늘리고, 취약계층 지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표한 다양한 과제를 담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R&D 예산은 올해보다 10% 이상 큰 규모로 2023년 수준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9조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추가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내년 민생지원 예산을 총지출 증가율의 1.5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이 4% 수준을 기록한다면 6% 수준으로 민생지원 예산을 책정한다는 구상이다.

예산을 삭감할 수 없은 복지 지출(의무 지출)도 많다. 정부의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은 지난 2015년 46.4%에서 지난해 52.9%로 늘었다. 내년도 의무 지출은 약 4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 신설에 따라 제로 베이스에서 편성하는 저출생 대응 예산, 올해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수 있는 동해 석유·가스시추 예산 등도 있다.


◆건전재정 기조 속 예산 편성…사업 구조조정 강화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부처별 1차 예산 요구안이 대폭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돈은 없는데 써야할 곳이 늘어나자 사업 구조조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관가에선 정부가 각 부처 예산에 대한 자체적인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지침을 내린 만큼 부처별 1차 예산 요구안을 검토한 뒤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삭감이 그 어느해보다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제출한 각 부처에서는 심사에 돌입한 기재부 예산실을 주목하고 있다. 부처들은 8월 정부안이 나올때까지 내년도에 꼭 써야할 예산이 삭감되지 않고 최대한 예산을 더 타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재정당국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있어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사업은 전면 구조조정해 신규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예산 확보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필요한 예산 삭감 가능성에…깜깜이 심사에 비판↑

일각에선 기획부가 부처별 내년도 예산 요구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는다. 과거엔 5월까지 부처에서 예산을 요구하면 이를 취합해 언론에 공개했지만 현 정부에선 이런 관행을 폐지했다.

부처에서 요구한 예산안과 실제 예산 반영이 모두 공개되면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소관 부서 업무량이 과중되는 만큼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 비공개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재부 심의로 부처별 내년도 예산에 대한 삭감과 증액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기재부의 재량과 권력이 강화될 수 있는데다 꼭 필요한 예산이 삭감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 관계자는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우려되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지속적으로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부처별 예산에 대한 무리한 삭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며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써야 할 곳에 지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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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