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난제는 사법 리스크…여당 '방탄용 연임' 공세 격화
일극체제 비판에 "중도·외연 확장해야…쓴소리할 당직 필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례적인 연임 도전인 만큼 민생·경제 문제 해결과 함께 '책임정치'를 강조하며 대선 주자로서의 미래 비전을 부각하는 모습이었다.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두고 이견이 없지만 사법 리스크와 일극 체제 비판 여론은 한층 커져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 당원 존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질 수 있다"며 8·1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더 많은 민주당원들이 더 큰 자부심과 열정으로 더 단단하게 뭉쳐,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크게 이기고 그 여세로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연임이 유력한 이 전 대표의 다음 대선 도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정부·여당을 비판·견제하는 발언은 되도록 자제하며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에 메시지의 초점을 맞췄다. 그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민생 회복과 미래 먹거리를 강조했다. 정쟁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민생·경제 분야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수권능력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대표직을 연임한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할 정도로 이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은 이례적이다.
방탄용 연임이란 비판이 거셀 정도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대선 가도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추가 기소로 동시에 4건의 재판을 받게 됐다.
현재 대장동 재판으로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 공직선거법 재판으로 격주 금요일, 위증교사 재판으로 월 1회꼴로 법원을 가는 중인데 대북송금 재판까지 합하면 한 주에 최대 3~4회 법정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이 전 대표 부부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해 5번째 재판이 추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 전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도 추진 중이다. 이를 고리로 여권의 공세가 한층 격화하고 있어 압박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4·10 총선을 거치며 친명(친이재명)이 장악한 당 운영 방식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일극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당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 대표가 연임할 경우 호흡을 맞출 최고위원과 시·도당위원장도 친명 일색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독주 프레임'에 갇히면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은 총선 압승에도 당 지지율은 정체돼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부진한데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이 전 대표의 높은 비호감도와 리스크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3%, 민주당 지지율은 29%였다. 민주당은 6월 2주 차 조사에서는 27%를 기록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연임은 대권 행보의 일환이기 때문에 중도층을 겨냥해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며 "강경 행보에 따른 중도층 이탈은 부담이 될 수도 있어 이재명 2기 체제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시스템과 인적 구성이 필요하다"며 "적절하게 다른 의견들을 제시할 수 있는 또 소위 말하는 쓴소리도 할 수 있는 당직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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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