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명의로 허위 수입 신고를 하거나 일행의 가방에 나눠 담는 등의 수법으로 고가의 와인 300여 병을 들여온 전남 여수상공회의소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영아 부장판사)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2300만원을 받은 여수상공회의소 전 회장 A(76)씨의 항소심에서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업무상횡령 등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공적 목적으로만 와인을 수입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판단일 뿐, A씨가 수입한 와인을 모두 공적 용도로 썼다고 증명할 수 없고 유·무형의 이익을 취한 점에서 A씨 주장은 이유가 없다. 원심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여행 중 구입한 와인 54병(시가 미상)을 수입 신고 없이 함께 입국한 일행들의 가방에 나눠 담아 들여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46차례에 걸쳐 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상공회의소와 자신의 사업체 직원 22명의 명의로 시세 8800만원 상당 외국산 와인 269병에 대한 수입 신고를 허위로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들여온 고가의 와인을 자신 소유의 주거지에 보관했고, 되팔지는 않았다.
들여온 와인은 주로 상공회의소 행사 또는 회원·지역사회 주요 인사에 전할 선물 용도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으나 1·2심 모두 A씨의 결정에 따라 용처가 정해진 만큼 공적으로 쓰였는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앞선 1심은 "여수상공회의소의 회원 수, 예산 규모, 지역사회 내 역할 등에 비춰볼 때 상당한 양의 와인이 필요했다는 점은 통념상 다소 수긍이 가지만 엄격한 통관·수입 절차를 피하면서까지 와인을 들여왔다. 적법한 수입 대리상을 통해 들여오는 방법을 알게 된 이후에는 적법 절차를 지키고 있다고 하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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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