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흡수합병에 따라 고용 승계된 근로자들의 근무경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호봉을 책정한 업체에게 차별적 처우에 따른 미지금금 28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7부(부장판사 맹준영)는 A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상대로 직원 87명이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사는 원고들이 속해있던 B사 등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2곳을 흡수 합병했다. 그러면서 B사 등에서 일했던 원고들의 고용이 승계된 상태였다.
그러나 직원들은 앞선 공장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동종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A사가 별도 기준에 따라 근무경력을 반영하지 않은 호봉을 책정하고, 생산장려수당 및 본인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A사는 "원고들은 합병에 따라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근로자이며, 합병 후 전체 근로자들이 소속된 노조와 임금 및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조건을 결정했다"고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합병에 따라 근로관계가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원고들에 대해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인 임금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노사합의가 있었다는 점만으로 원고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곧바로 정당화되지 않고, 노사합의 중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은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과 피고 A사 소속 근로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근로자들 사이에 채용 경로의 차이가 있더라도 이는 현재 업무수행과 객관적 관련성이 없다"면서 "피고는 합병 이전 원고들이 근무한 경력에 더해 이 사건 합병 이후 피고에서 근무한 경력도 고려하지 않고 호봉을 책정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에 대해서만 단체협약 등 취업규칙에서 정한 임금 산정 원칙을 배제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고의 차별적 처우가 없었더라면 원고들에게 책정됐어야 할 호봉에 따라 다시 계산한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과 원고들이 받지 못한 수당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산정한 손해배상액은 약 2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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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