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나왔죠" 열대야에 잠 못드는 광주의 밤…집밖 나선 시민들

29일 오후 동구 산수동 푸른길공원 '북적'
맨발길 산책·바닥분수 물놀이 즐기기도
전남대 운동장에선 땀 흘려 더위 쫓아

"아빠! 따라 나오길 잘했어요."

광주·전남 전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29일 오후 광주 동구 산수동 푸른길공원. 연일 이어진 찜통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해 집밖을 나선 시민들로 붐볐다.



부모와 함께 밤 산책을 나온 아이들은 바닥분수에서 물이 치솟자 흥을 이기지 못하고 물줄기를 향해 뛰어들었다. 바닥에서 뿜어나온 물줄기가 얼굴을 때리자 시원한 듯 '부르르' 몸을 떨기도 했다.

아이들의 옷이 다 젖어도 나무라는 부모들은 없었다. 오히려 신이 난 자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주기 바빴다.


푸른길공원 산수문화마당에서는 달밤 건강체조를 하거나 연신 부채질과 함께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나무 아래를 걷거나, 맨발산책로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진 채 시원한 황톳길을 만끽했다.

남편과 밤 산책을 위해 푸른길공원을 찾은 손선미(34·여)씨는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집안 온도가 26도를 넘어선다"며 "더위를 피해 운동 삼아 산책을 나왔다. 나무 아래를 산책하니 오히려 집보다 선선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종합운동장도 여름밤 무더위를 쫓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땀을 흘려야 시원해진다"며 운동장은 찾아온 시민들은 달리기 모임 회원이나 가족, 연인 등과 함께 저마다 트랙 위를 달리거나 축구를 하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여름밤을 이겨내고 있었다.


일부 대학생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외각에 돗자리를 펴고 챙겨 온 간식을 먹거나 시원한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기도 했다. 아예 캠퍼스 벤치 누워 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친구와 잔디밭에 앉아 치킨을 먹고 있던 대학생 박혜찬(20)씨는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기 부담스러워 자취방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며 "올 여름은 유독 더운 것 같다. 얼른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전남에서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8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누적 열대야 일수는 11일이다.

29일에도 열대야가 나타난 것으로 집계될 경우 종전 기록인 1994년(11.4일)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고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대륙(티베트) 고기압의 확장으로 광주·전남에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당분간 폭염특보와 함께 최고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와 열대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무더운 날씨에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수분과 염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면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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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