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나온 단란한 멸종위기 황새 가족…나주 생태 '청신호'

올 나주 둥지튼 어미황새, 새끼 3마리와 사냥
광주·전남 지역 황새 번식 관측된 것 35년 만
나주, 지역 황새 번식지로는 유일…"생태보호"


광주·전남에서 자취를 감춘 멸종위기종 황새가 35년 만에 나주 지역에 터를 잡고 새끼를 무사히 길러내면서 지역 생태계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8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물가.

2m가까운 날개를 펼친 거대한 어미새가 공중에서 큰 원을 그리며 하강하다 착지했다.

뒤따라 날던 새끼 새 3마리도 착륙에 성공했다.

어미는 얕은 물에서 곤충 등을 잡아먹었다. 새끼 무리도 어미를 따라 물 아래를 부지런히 살피며 먹이 사냥에 나섰다.

주인공은 올해 초 나주에 터를 잡은 어미 황새 하얀이(E97)와 그의 새끼(K43·44·45)들이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어미 황새 하얀이는 수컷 마루(E61)를 만나 올해 초 나주 한 송전탑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5월 새끼 3마리를 낳으며 번식에 성공했다.


1971년을 기점으로 자취를 감춘 황새는 천연기념물 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황새가 터를 잡고 번식까지 마친 것은 35년 만이다.

전국에 서식하는 황새 196마리 중 5마리가 나주에서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주가 지역 황새 정착지로는 유일한 셈이다.

황새 복원·개체 관리를 담당하는 황새생태연구원은 황새 부부가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강이 있고, 수십 ㎏에 달하는 둥지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구조물이 있는 해당 지역에 터를 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새끼 황새는 약 한 달 이후 부모 품을 떠나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멸종위기종인 황새가 지역에서 관측된 것은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두표 한국조수보호협회 회장은 11일 "그동안 영암·함평을 오가는 황새는 가끔 관측됐지만 정착해 번식에 성공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획·농약 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황새가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생태계가 회복됐다는 증거다"며 "황새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자연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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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 김금준 대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