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산하 연구원, 과제 수행 중 프로그램 불법 복제·사용
개발사 손배 소송, 1·2심 모두 "감독 책임, 병원도 함께 배상해야"
전남대학교병원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불법 복제·사용한 산하기관 연구원과 공동으로 저작권사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에 불복, 항소했으나 패소했다.
광주고법 제4민사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A사가 전남대병원과 병원 산하센터 연구원 B씨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피고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선 1심이 "병원과 연구원 B씨가 A사에게 2000만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주문한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연구원 B씨는 센터 사무실 업무용 컴퓨터에 A사가 개발한 다중통합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설치, 2019년 5월과 2020년 8월에 39차례 사용했다. B씨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A사는 '자사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사용한 B씨와 B씨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전남대병원이 저작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B씨는 '센터 사무실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융합 의료기기 연구라는 공익 목적으로 A사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저작권법 101조에 따라 프로그램 복제가 허용된다'고 주장했고, 전남대병원은 '참여 연구원에 불과한 B씨에 대한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앞선 1심은 "B씨가 A사 허락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업무가 비영리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B씨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또 "전남대병원 측이 산하 연구 기관의 업무를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는 점, 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병원이 승계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전남대병원은 B씨를 실질적으로 감독하는 사용 관계에 있다"면서 "불법 복제·사용 행위가 A사에 의해 적발될 때까지 병원 측이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민법상 공동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전남대병원과 B씨는 1심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A사는 손해 배상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각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들의 각 항소 이유는 1심에서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출된 모든 증거를 함께 보더라도 1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면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특히 "연구 과제와 관련해 B씨에게 지급된 급여는 모두 대학병원 명의 계좌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근로계약서가 센터장과 B씨 사이의 계약으로 볼 수 있더라도, 연구과제 책임자 지위에서 B씨와 체결한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B씨에 대한 업무상 지휘·감독 권한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