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계인에게 압수수색 시기 등 수사 정보를 흘린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현직 경찰관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전주지법 제3-1형사부(부장판사 김은영)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전북경찰청 소속 A경감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선고를 유예했다고 26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나 해당 죄에 대한 선고를 미루며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 자체를 면소하는 판결이다.
A경감은 2020년 4월 8일부터 같은 해 7월 1일까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인 B씨에게 모두 9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정보 등 수사 상황을 넘겨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A경감은 압수수색 정보뿐만 아니라 주말 수사 및 계좌 추적 계획 등을 B씨에게 누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경감은 "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를 언급했을 뿐 비밀을 누설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범죄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서 "수사 내용이 전달되면 수사기관이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할 수 있어 수사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해당 선고에 대해 검찰과 A경감은 모두 양형부당 및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했던 수사 정보 유출 내용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으며, A경감의 수사가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처벌로 이어진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B씨로부터 협조를 받은 것은 맞으나 잠재적 피의자 전환 가능성을 인식한 무렵부터는 비밀엄수의무에 예민하게 반응했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정보 수집을 명분으로 수사 진행 상황, 결과, 향후 수사 방향을 B씨와 공유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공유했던 수사 정보가 어느 정도 흘러 나가기도 했지만, 수사에 실질적으로 방해된 정황 없이 결국 관련자들의 구속·기소 처벌로 이어졌다"며 "또 피고인이 30년 넘게 경찰관으로 일하며 33회의 포상과 징계 및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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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취재부장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