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운동부 운영 매뉴얼 위반으로 민원·조사 반복 사유
지역 체육계 "초중고·실업배구 연계 육성시스템 붕괴 우려"
'한국 배구 전설' 장윤창 교수도 직접 나서 배구부 해체 반대
'고교 배구의 명가'로 꼽히는 경기 화성시 송산고등학교 배구부가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학교 측이 내년부터 체육특기생 입학을 받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우면서 기존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직면했다.
학교 측은 배구부 운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은 배구 종목에서 초중고 및 실업배구로 이어지는 선수 육성시스템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해체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3일 화성오산교육청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송산고는 지난 달 2일 교내 배구부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2025학년도부터 배구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학교 측은 배구부를 운영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으로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운동부 운영 매뉴얼 위반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경기도교육청 민원과 조사를 반복해왔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비평준화 일반고인 송산고에서 대다수 일반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며 "나아가 학교의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와 향후 학교 운영이 매우 염려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배구부 신입생 선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전달하자 일부 배구부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떠났다. 이로 인해 올해 초까지 선수단 규모가 14명이었으나 현재 10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지역 체육계와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이같은 방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최근 SNS 단체대화방에서 "과거에 (송산고 배구부에서) 있었던 일을 아무 것도 모르고 입학했다. 학교는 왜 우리 아이를 입학시켰나"라며 "너무 화가 나 잠도 오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역 체육계와 배구인들은 배구부가 해체하면 기존에 재학 중인 선수들을 비롯해 지역 내 배구 꿈나무 육성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화성지역에서는 그동안 송산초등학교와 송산중학교에 설치된 배구부를 통해 엘리트 선수를 육성해왔다. 송산초 배구부가 해체된 이후에도 남양초에 배구부가 새로 생기며 지역 유소년 육성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한국 배구의 전설'로 불리는 장윤창(64) 경기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도 바로 송산중(23회) 출신이다. 그 역시 이같은 지역 내 학교 운동부 운영에 따라 유입된 스포츠 인재다.
화성시는 이러한 선수 육성체계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2008년 실업팀인 화성시청팀을 창단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송산고에도 배구부가 신설됐다. 이로써 시는 초중고부터 실업팀까지 이어지는 선수 육성시스템을 구축하며 배구도시 명성을 쌓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초중고부터 실업팀까지 연계되는 엘리트 선수 육성 체계는 대회 성적과 프로 배출 성과로도 입증된다.
남양초 배구부는 올해 1월 충북 옥천에서 열린 '2024 연맹회장기 전국초등학교배구대회'에서 남자부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송산중 역시 지난해 6월 개최된 '2023 정읍 내장산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송산고는 올해로 창단 15년째를 맞아 자타공인 국내 배구부 명문고로 꼽힌다. 국가대표 주전 세터인 황택의(28·국군체육부대)를 비롯해 정동근·한국민·홍상혁(이상 KB손해보험)이 송산고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남양초·송산중·송산고를 거쳐 프로에 데뷔했다.
지역 체육계는 지난 달 15일 화성 송산중학교에서 경기도체육회 및 화성시체육회, 화성시배구협회, 송산고 배구부 학생 선수들이 등 지역 체육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송산고 배구부 해체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장윤창 경기대 교수도 참석했다.
지역 정치권도 배구부 해체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화성시의회 이용운 의원 등은 19명은 전날(2일) 제235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산회한 후 본회의장에서 "송산고는 화성시 배구 꿈나무의 꿈을 짓밟는 배구부 해체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배구부 운영을 이유로 송산고에 학교 시설개선 등 명목으로 일정한 예산을 지원했던 시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관할 교육지원청과 경기도교육청도 내년도 고입 체육특기생 선발계획 수립을 앞두고 송산고 관계자들을 만나 배구부 운영을 설득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학교 운동부가 당연히 운영되는 게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학교 측이 배구부를 해체하지 않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데 학교 운동부에 대한 결정 권한은 학교에 있기 때문에 만일 기존 입장을 계속 주장하면 그에 대한 대안도 지자체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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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