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내수에 달렸다…가계빚 리스크 속 금리 인하 주목

수출 호조세에도 실질소득↓…내수·소비는 위축
"빠른 금리인하가 핵심…재정 더 풀긴 어려워"
"중장기적인 내수활성화 대책 로드맵 만들어야"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가 역성장하고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하락했다. 그럼에도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어 연간 경제성장률이 2.4~2.5%를 달성할 거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여전히 내수 회복세는 더뎌 추석을 앞두고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중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실질 GDP 잠정치는 전기 대비 -0.2%로 집계됐다. 수출은 1.2% 증가했지만 민간소비는 0.2% 감소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각각 1.7%, 1.2% 감소했다.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소득을 의미하는 실질 국민총소득은 전기보다 1.4% 떨어졌다. 11분기 만에 최대폭 감소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11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의 수출대국에 진입할 거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대표적인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7월 전월보다 1.9% 하락했다. 소매판매지수 자체도 100.6(2020=100)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수가 위축됐던 2020년 7월(98.9)에 근접한 모습이다.

소매판매지수에 음식점업을 포함한 소매판매지수(불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3% 감소했다. 이는 16개월째 감소세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이다.


실질소득은 줄고 가계부채는 늘면서 소비 위축은 지속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6조6434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2792억원 늘었다. 지난해 폐업 자영업자는 100만명에 육박했는데, 고금리 장기화에 내수 부진으로 올해는 더 많아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물가는 2.0%를 기기록하며 한은이 얘기하는 물가안정목표치에 도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도 기정사실화되면서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 하락세로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고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는 변수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민생안정대책을 내고,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내수 진작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빠른 시일 내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확산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중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로드맵의 필요성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잡고 금리를 빨리 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닦아놓는 게 정책상 가장 중요한 원론적인 민생대책"이라며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늘어난 빚을 엑시트시키고 자영업자를 줄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 재정을 더 풀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는다. 재정건전성 확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내수 경기는 역대급으로 안 좋다. 수출은 좋아졌지만 내수 경기로는 온기가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내수 경기가 살아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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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