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외국인 부탁받고 마약가방 운반한 40대 징역 6년

피고인 "마약 든 사실 몰라"…재판부 "미필적으로 인식"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의 부탁을 받고 해외에서 필로폰이 든 여행용 가방을 국내로 들여오다가 적발된 혐의로 기소된 4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향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0대)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28일 말레이시아에서 모르는 여성으로부터 받은 여행용 가방을 받은 뒤 다음날 오전 7시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하다 적발됐다.

여행용 가방의 밑바닥에는 비닐로 밀봉된 필로폰 3.9㎏(시가 약 4억원) 상당이 숨겨져 있었다.

A씨는 올해 초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소개한 B씨로부터 세계은행에 A씨 명의로 된 5500만 달러(약 770억원)가 예치돼 있으니 말레이시아에 와서 서류 작업을 하면 1500만 달러(약 140억원)를 먼저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A씨는 말레이시아로 출국했고 B씨로부터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선물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을 받게 됐다.

A씨는 여행용 가방에 필로폰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던 B씨로부터 받았다는 다수의 문서는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진정한 문서인지 여부가 의심될 정도로 그다지 정교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A씨는 이 문서들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여행용 가방을 전달한 뒤 A씨에게 '선물 가방의 사진을 찍어서 나에게 보내라'라거나 '두렵냐'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의 주장과 같이 B씨가 단순히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선물을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여행용 가방의 운반을 부탁한 것이라면 B씨가 두렵냐는 취지로 물을 특별한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여행용 가방의 관리 상태나 안전에 대해 여러 번 확인할 만한 특별한 필요성도 없을 것"이라면서 "A씨가 여행용 가방에 필로폰 등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수입한 필로폰의 무게가 약 4㎏으로 그 양과 가액이 상당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 A씨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죄책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A씨에게 확정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A씨가 수입한 필로폰이 모두 압수돼 국내로 유통되지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 이밖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검찰은 A씨가 밀수한 필로폰의 가액이 5000만원이 넘는 등의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향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A씨 자신이 수입한 필로폰의 정확한 가액을 알았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마약류관리법 위반죄를 의율해 A씨를 처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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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