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호텔도 지을 예정인데…기울어진 한강 부유시설, 우려 현실화

서울로얄마리나 수상 구조물 침수돼 기울어
한강 수상 구조물, 선박법 등 법규 사각지대
2030년까지 대규모 부유시설 한강 조성 계획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 있는 수상 구조물이 침수돼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상호텔과 수상오피스 등 각종 부유식 시설을 한강에 띄운다는 서울시 계획에 경고등이 켜졌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1시35분께 잠원한강공원 내 서울로얄마리나의 부유식 수상 구조물(유선장) 1층 일부에서 침수 사고가 발생했고 현재 해당 구조물은 한강 둔치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유선장 1층에서 운영 중이던 카페 등 일부 입주 시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시는 강물이 구조물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시는 "유선장 구조물 하부에 강물이 유입돼 무게 중심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해당 구조물이 지난 6월 받은 안전도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달 육안 점검까지 하는데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번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인 '부력체'의 경우 안전도 검사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강 수상 건물들은 고정식 시설물 취급을 받기 때문에 선박안전법 등 각종 법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강에 있는 수상 시설물에 대한 규제가 미비한 상황에 이번 침수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더 많은 대규모 수상 시설물이 한강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한강 수상활성화 종합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한강에는 각종 부유식 시설이 잇달아 생길 예정이다.

숙박과 여가, 컨벤션 등 기능을 갖춘 '수상 호텔', 업무를 보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수상 공간인 '수상 오피스', 한강을 바라보며 K-푸드를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버스킹 등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먹거리 랜드마크인 '수상푸드존 ' 등이 조성된다.

여기에 중대형 선박이 계류할 수 있는 중규모 이상의 도심형 마리나인 '잠실마리나', 부유식 수영장과 옥상전망대, 수상산책길 등 시민 레저·휴식공간이 포함돼 사계절 내내 문화·예술·레저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마리나 시설인 '한강아트피어', 계류장과 교육장, 카페, 휴게공간으로 구성된 복합 마리나시설인 '서울수상레포츠센터' 등도 부유식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시설들을 조성할 때도 안전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강의 안전 규정이 허술하다는 점은 내년 도입을 앞둔 한강버스 관련 논란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잠수교 등 일부 한강 다리의 교각 간 폭이 선박인 한강버스가 다니기에 좁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시는 "교각 사이 항로 폭은 최소 선박 길이의 2.5배 이상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국가설계기준(KDS) 항만·어항 설계기준은 해상 교량 및 항만 등을 건설 시 고려해야 하는 규정으로서 하천을 운항하는 한강버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위험 자체, 안전의 관점이 아닌 아닌 규정 위반 여부에만 집중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가 아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서울로얄마리나 사고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향후 유사 사고와 이에 따른 대규모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 구조물이 들어서기 전에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 관련 규정 미비 문제를 미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전문가와의 합동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한강에 있는 모든 수상 구조물을 대상으로 안전도 검사가 이뤄진다.

시는 "한강 내 모든 부유식 수상 구조물(유선장, 도선장, 기타 공작물)에 대한 안전도 검사를 실시해 시민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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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