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고의사고 혐의 받던 50대 국민참여재판서 무죄

"접촉사고날 뻔" 뒤쫓아온 승용차 앞서 멈춰섰다가 추돌
배심원단 무죄 평결, "쫓아온 줄 몰라" 진술 신빙성 인정
재판부 "굳이 차선 바꾼 직후 고의 사고 유발 이유 없어"

차선 변경 사고가 날 뻔했다며 뒤따라오는 승용차에 앞서 가다 급정차해 고의 추돌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50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23일 301호 법정에서 특수폭행·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19일 오후 7시20분께 광주 광산구 공항 주변 도로에서 업무용 렌터카를 운전하다가 뒤따르던 B씨 승용차 앞에 멈춰서 추돌 사고를 내 B씨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자영업자인 A씨는 당시 업무를 이유로 급히 운전하다 2차로에서 4차로로 차선을 바꿔 B씨 승용차 앞에 끼어들려 했다. 뒤따르던 B씨가 급정거해 사고는 나지 않았고, A씨 차량은 다시 3차로를 거쳐 2차로로 차선을 바꿔 달렸다.

B씨는 비접촉 사고라고 생각해 A씨 차량을 뒤따라 승용차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여러 차례 울리며 뒤쫓았다.

B씨 승용차가 2차로로 바꾸자마자 앞선 A씨가 브레이크(제동 장치)를 밟았고, 곧장 추돌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는 A씨가 B씨 승용차가 경적을 울리며 뒤따라 붙자, 불만을 품고 급제동해 보복성 고의 추돌 사고를 낸 것이라며 유죄를 주장했다.

반면 A씨 법률 대리인은 "고의로 낸 사고가 아니었고 급제동도 아니었다. 단순 교통사고에 불과하다"며 반론했다.

이어 "당시 A씨는 차량 뒷좌석에 짐이 가득 실려 있어 차내 후사경(룸미러)으로 뒤따르는 차량을 보지 못했다. 음악도 크게 틀어져 있어 경적소리도 듣지 못해 B씨가 자신의 차량을 뒤따라온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 앞서 가던 대형 버스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자 제동 장치를 살짝 밟았을 뿐이다"고 맞섰다.

이날 증거 조사와 피고인 신문 등을 지켜본 배심원 7명(예비배심원 제외)은 모두 만장일치로 A씨에 대해 무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B씨의 승용차가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고의 사고를 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B씨가 뒤쫓아 온 줄 몰랐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자 멈춰 세웠다'며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A씨 차량 앞 버스의 제동등이 켜져 있지 않았지만 A씨가 후미등을 제동등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씨의 진술대로 당시 차량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있었던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A씨가 추돌 사고를 내려고 했는지, 안전거리를 유지하려고 제동 장치를 밟았는지는 불분명하긴 하다. 그러나 쫓아온 B씨의 승용차가 A씨 차량을 따라 2차로로 바꾼 직후 추돌 사고가 났다. A씨가 고의가 있었다면 굳이 2차로까지 바꾼 뒤 차량을 세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사고를 유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이 배심원·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형사재판 제도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